의학·과학 건강

"목 뻐근해 지압 받았는데"…美 여성, 뇌졸중 겪어 [헬스톡]

한승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1 11:04

수정 2025.11.21 11:04

암벽등반 중 생긴 가벼운 목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목 지압 치료받은 미국 30대 여성이 척추동맥 박리 진단받은 사례가 화제다./사진=더 선 캡처
암벽등반 중 생긴 가벼운 목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목 지압 치료받은 미국 30대 여성이 척추동맥 박리 진단받은 사례가 화제다./사진=더 선 캡처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암벽등반 중 부상을 입은 여성이 통증 완화를 위해 목 지압 치료를 받았다가 척추동맥 박리로 인한 뇌졸중을 앓은 사연이 전해졌다. 의료진은 낙상 당시의 충격과 이후 이어진 지압 시술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혈관 손상을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암벽등반 낙상 후 지압 치료 병행하다 증상 악화

지난 18일(현지 시각) 더선 등 외신에 따르면 미주리주 글래드스턴 거주자 헤일리 쇼헨(당시 30세)은 2019년 1월 실내 암벽등반을 하던 중 약 4.6m 높이에서 뛰어내린 뒤 이상 증세를 겪었다. 그는 착지 직후 "신경이 꼬이는 듯한 목 통증"을 호소했으며, 며칠 뒤에는 직장 동료로부터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럽다는 지적을 받았다. 발가락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까지 나타나 병원을 찾았으나, 당시에는 근육이완제와 스테로이드 처방을 받는 데 그쳤다.



약물 치료에도 차도가 없자 쇼헨은 지압 클리닉을 방문해 총 3차례 목 지압을 받았다. 그러나 마지막 시술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쇼헨은 "시술 직후 목뒤가 뜨겁고 따끔거리는 강한 압박감이 느껴졌다"며 "이전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통증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기억 혼란·언어 장애 등 신경학적 이상 증세 호소

이후 지인과 식사를 하던 중 기억 혼란과 언어 구사 장애, 감정 조절 불가 등 신경학적 이상 징후가 잇따라 포착됐다. 감각 저하와 거리 감각 상실까지 겹치자 다시 병원을 찾은 그는 양측성 척추동맥 박리 판정을 받았다. 의료진은 "이미 네 차례의 뇌졸중이 발생했고 입원 후에도 추가 증상이 있었다"며 "암벽 낙상 충격으로 한쪽 동맥이 손상된 상태에서 목 지압을 받아 반대쪽 동맥까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척추동맥 박리는 목 뒤를 지나는 두 개의 척추동맥 중 하나에서 혈관 벽 내층이 찢어지는 질환이다. 이 틈으로 혈액이 유입되면 혈류가 차단되거나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를 수 있다. 이는 허혈성 또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응급 질환으로 분류된다. 발병률은 인구 10만 명당 1명꼴로 드물지만, 젊은 층 뇌졸중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전문가 "과도한 목 회전 동작 주의해야"

발병 원인은 다양하다. 아담 테일러 영국 랭커스터대 교수는 "재채기나 기침, 코 풀기 등 목에 갑작스러운 충격을 주는 일상적인 동작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격렬한 재채기 등으로 목이 순간적으로 젖혀지거나 비틀리면 혈관 벽에 무리가 가 손상될 수 있으며, 기저 질환으로 혈관 벽이 약하거나 해부학적 취약성이 있는 경우 위험도는 더욱 높아진다.

경추를 과도하게 꺾거나 늘리는 척추 지압 시술 또한 척추동맥 박리를 유발할 수 있는 요인이다.
전문가들은 시술 후 갑작스러운 두통이나 목 통증, 어지럼증, 시야 흐림, 안면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