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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수사외압' 윤석열 등 12명 기소…"尹, 특정 사건 개별·구체적 지시"[종합]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1 13:19

수정 2025.11.21 13:19

'VIP 격노'로 촉발돼 조직적 은폐 판단
'군 통수권' 넘어 軍독립적 수사권 위협
채상병 특별검사팀의 정민영 특별검사보가 1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채상병 특별검사팀의 정민영 특별검사보가 11월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사무실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채상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검)이 순직 해병 사건 수사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혐의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 12명을 직권남용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군통수권자로서의 일반적 수사기관 지휘권을 넘어 특정 사건에 대해 개별·구체적인 지시를 내려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또 이 전 장관 등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이를 조직적으로 분담해 실행한 '중대한 권력형 직권남용 범죄'라고 결론냈다.

정민영 채상병 특검보는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순직해병 사망사건 관련 해병대 수사단의 수사결과 변경을 위해 외압을 행사한 윤 전 대통령 및 이 전 장관 등 관계자 12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등으로 오늘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특검은 이날 오전 9시께 서울중앙지법에 공소장을 접수했다.



기소된 이들은 △윤 전 대통령 △이 전 장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신범철 전 국방부차관 △전하규 전 국방부 대변인 △허태근 전 국방부정책실장 △유재은 전 국방부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국방부장관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국방부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사령관 △유균혜 당시 국방부 기획관리관 △이모 당시 조직총괄담당관 등이다.

특검팀은 피의자 주거지 압수수색과 130여회 조사를 통해 약 2년 동안 은폐돼 온 'VIP 격노' 실체를 확인했다고 한다. 특검에 따르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로 포함된 해병대수사단의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윤 전 대통령은 격노해 임 전 사단장 등을 혐의자에서 제외하라고 지시했고, 이에 따라 이 전 장관이 수사결과 변경을 위해 박정훈 당시 해병대수사단장(대령)에게 수사기록 이첩 보류라는 위법·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채 해병 사망 사건'이라는 특정 사건에 '임 전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을 피혐의자에서 제외하라'는 취지의 개별적·구체적 지시를 하고, 이 전 장관 등이 위법·부당한 지시를 순차적으로 수명 및 하달함으로써 직권을 남용해 군사경찰 수사의 공정성과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침해한 사안"이라고 결론지었다.

특히 윤 전 대통령이 조 전 실장을 통해 사건기록 회수를, 신 전 차관을 통해 박 대령에 대한 선보직해임 및 항명 수사를 지시했다고 한다. 정 특검보는 "윤 전 대통령이 일련의 직권남용 행위의 정점에 있고, 단순히 어떤 수사결과에 대해 1회 의견을 낸 것이 아니라, 처음 국방부 장관까지 이견 없이 결재된 수사결과에 격노하고, 적법하게 이첩된 기록을 회수해오라는 지시를 하는 등 통수권자가 행사할 수 있는 재량의 한계를 완전히 넘었다"고 평가했다.

이 전 장관은 "현장 통제 간부의 트라우마를 우려해 이첩 보류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지만,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초안에도 임 전 사단장 등 고위 지휘관은 여전히 혐의자로 포함돼 있었다. 이후 다섯 차례 재검토를 거치면서 임 전 사단장 등 간부 4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에서 제외되고 사실관계만 기재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령이 이 같은 지시에 불응하고 경북경찰청에 기록 이첩을 시도하자, 조직적 보복 수사와 기소가 진행된 정황도 드러났다. △김 전 사령관의 '선보직해임' △김 전 단장의 항명 수사 △유 전 관리관의 기록 회수 △국방부조사본부 이관 후 박 전 보좌관 주도의 수사결과 변경 등 일련의 조치가 '권력형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범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른 당사자들은 항명 수사, 모해 위증, 국회 위증, 허위공문서작성 및 행사 등 범죄에 가담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군검찰의 편파 수사와 증거 제출 등 공소권 남용 행위에도 직권남용죄를 적용했고, 항명 수사 관련 비밀을 대통령실에 누설한 혐의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임 전 사단장 관련 개신교계 및 ‘멋쟁해병’ 단체대화방을 통한 구명 로비 의혹은 공소장에 포함되지 않았다. 특검은 추가 조사 및 재판의 증인신문 과정에서 해당 내용을 다룰 계획이다.

수사 과정에서 조력한 일부 인물은 기소유예(혐의가 있지만 여러 정황을 참작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것) 처분을 받았다.
국방부와 경찰을 연결한 공범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조 전 실장이 국회에 제출한 허위 답변서를 작성한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 등은 조력 사유가 인정돼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특검은 이 전 장관 등 핵심 수사외압 혐의자 5명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됐지만, 법정에서 범죄 사실 입증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앞으로 공소유지에 만전을 기해 각 범행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