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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연확장·보수결집 사이…장동혁의 선택은

이해람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2 09:00

수정 2025.11.22 09:00

당 일각에서 '당명 변경' 등 고강도 혁신 요구 장동혁, 내년 초까지는 '보수결집' 메시지에 주력 지선 앞두고 '혁신 로드맵' 가동할 가능성 제기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를 7개월가량 앞두고 '외연 확장'과 '지지층 결집' 사이에서 고심에 빠져있다. 당내에서는 '당명 변경'까지 거론되면서 고강도 혁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장동혁 대표를 중심으로 한 지도부는 연말까지 보수 결집을 호소하는 메시지에 방점을 찍고 대여투쟁에 총력을 모으겠다는 방침이다. 장 대표는 자신만의 '혁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으며, 내년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언이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장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올해 말까지 보수 결집을 강조하는 행보가 이어질 예정이다. 당이 분열해서는 안된다는 큰 기조 아래서 계파 갈등을 정리하고, 대여 투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민의힘 눈앞에 놓인 숙제는 지지율 박스권을 탈출하는 것이다.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논란으로 야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배경에는 장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면회를 하고, "우리가 황교안"이라는 발언을 하는 등 윤 전 대통령 및 윤어게인 세력과의 절연에 소극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도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이 흘러 나오고 있다. 당내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명 변경'까지 거론됐다. 국민의힘 단체 채팅방에서 "당명 변경과 함께 재창당 수준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국민의힘이라는 당명이 윤 전 대통령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위치로 자리 잡은 만큼, '윤석열당' 이미지를 벗기 위해서는 당명 변경이 필연적이라는 입장이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당 의원 대다수가 눈치를 보고 뒤에 빠져 있을 뿐 공감하고 있다"며 "당의 극우 이미지가 강해졌기 때문에 당명 변경을 포함해 새로운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내야 한다"고 전했다. 다른 국민의힘 의원은 "내용물은 같더라도 포장지가 바뀌면 혁신의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며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명 변경에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당명은 각각 2020년, 2015년부터 쓰여 오랜 기간 자리를 잡았지만, 그전에 당명 변경은 선거 패배 직후 의례적 절차로 여겨졌기 때문에 대중에게 달갑지 않게 다가올 수 있다는 우려다. 한 당 관계자는 "당명 변경이 유행처럼 이어졌던 적이 있는데 당시 국민들은 당을 바꿀 때 신선하다는 느낌보다는 '또 저러네'라며 비판하기도 했다"며 우려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이끄는 국민의힘은 극우세력을 껴안는 '중도 외면'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모습이다. 선거까지 시간이 남은 만큼 중도층에 소구하기 위한 행보는 당장 큰 의미가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올해까지는 강성보수를 지지층으로 확실하게 확보해 놓고 그 다음 행보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은 세를 규합해 이재명 대통령의 실정을 부각해야할 타이밍이라는 의견이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과거와 절연한다고 해서 과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여당의) 폭정에 맞서는 것에 힘을 쏟을 시간"이라고 했다. 그는 "달이 기울면 차고, 또 기우는 날이 온다"며 "그런 시기에 맞춰서 혁신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3선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을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0일 3선 의원들과의 오찬 회동을 위해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장 대표가 '전략적 극우' 노선을 타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추후 외연 확장을 위한 당 혁신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일 장동혁 대표는 자당 재선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중도층을 비롯해 외연 확장에 대한 고민을 누구보다도 많이 하고 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 지도부 관계자는 "지금은 기존의 세를 다지고 약속한 것을 지키는 과정"이라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다. 바뀌지 않으면 망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당 지도부 관계자도 "당이 탄핵의 강을 건너 새로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며 "내년 1월 특검 수사가 끝나는 시기가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를 1주기를 기점으로 새로운 메시지를 내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

장 대표는 자신만의 '혁신 로드맵'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1번씩 호남행'을 포함한 험지로의 확장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당명 변경과 당헌·당규, 정강·정책 개정에 파격적인 문구를 넣어 과거와의 단절에 나서는 안도 고려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 안팎에서는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계엄에 대한 사과를 당헌에 삽입하자고 한 수준의 혁신까지 언급된다. 당 관계자는 "윤 전 위원장의 혁신안은 틀리지 않았다. 소통 과정에 미흡했을 뿐"이라며 해당 혁신안과 유사한 수준의 혁신이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장 대표의 혁신 로드맵은 계파 정리를 통한 내분 방지 역시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박민영 대변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 한동훈 전 대표의 당원게시판 논란 당무감사 등 친한계와의 갈등 요소들이 즐비한 상황이다. 장 대표는 당내 평가 기준으로 '당성'을 우선시하겠다고 천명한 만큼, 당 내부에서 비판 목소리를 내는 이들에 대한 조치도 수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당 지도부 핵심관계자는 "일 잘하고 적극적으로 당무에 참여하는 당이 돼야 한다"며 "혁신을 하든 뭘 하든 기본적으로 뭉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haeram@fnnews.com 이해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