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연말 사장단 인사 단행
전영현(반도체)·노태문(휴대폰·가전) 투톱 체제 복원
하버드대 박홍근 석좌교수, 선행기술 전담 SAIT 원장
사장 승진 1명...윤장현 CTO 겸 삼성리서치장에
AI, 로봇, 양자컴 등 신사업 추진 속도낼 듯
전영현(반도체)·노태문(휴대폰·가전) 투톱 체제 복원
하버드대 박홍근 석좌교수, 선행기술 전담 SAIT 원장
사장 승진 1명...윤장현 CTO 겸 삼성리서치장에
AI, 로봇, 양자컴 등 신사업 추진 속도낼 듯
당초에는 이 회장 자신의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후 실시하는 첫 사장단 인사인데다, '삼성 2인자'로 불렸던 정현호 부회장이 2주 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세대교체가 본격화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결과는 사장 승진 1명, 영입(신규위촉)1명, 위촉업무 변경 2명 등 예상을 깨는 수준의 '소폭 인사'였다. 당분간 '조직 안정'에 방점을 찍고, 궤도에 올라탄 사업 회복에 속도를 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대신, '기술인재 중용' 의지에 대해선 분명한 메시지를 낸 것으로 평가된다.
안정 속 '뉴 삼성'추진...실적 우상향 기조 속도
양 부문장 역할에도 큰 변화가 없었다. 노 사장은 기존 겸직했던 모바일경험(MX) 사업부장직도 그대로 수행한다. 전영현 부회장은 DS 부문장과 메모리사업부장에 그대로 유임됐다. 당초에는 전 부회장이 메모리사업부장직을 후임에게 넘긴다거나 노 사장이 겸직 중인 MX사업부장이 별도로 선임된다는 관측이 있었다. 사업이 우상향 흐름을 타고 있는 만큼, '변화를 위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추구하는 게 실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측은 이에 대해 "모바일, 메모리 반도체 등 주요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양 부문장이 MX사업부장·메모리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부진한 실적을 이어오던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은 지난 3·4분기 매출 33조1000억원, 영업이익 7조원으로 큰 폭으로 개선된 상태다. 국내외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이런 흐름 속에서 내년 역대 최대 실적을 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를 116조원으로 제시했으며, 국내 증권사들도 85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기술인재 중용...하버드대 석좌교수, R&D 수장에
사장 승진자가 1명뿐이란 점도 이번 인사의 특이점이다. 앞서 2023년 7명, 2024년 2명, 2025년 2명의 사장 승진 인사가 났던 것과 대비를 이룬다. 단독 승진의 주인공은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아온 윤장현 신임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이다. 윤 신임 사장은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오랜 기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에서 재직한 기술인재다. 윤 사장은 전통 사업인 모바일, TV, 가전 등에 AI와 로봇을 결합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할 전망이다.
외부 인사인 박홍근 하버드대 석좌교수를 전격 영입해 삼성의 미래선행기술을 연구개발하는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원장에 앉힌 부분도 눈길을 끈다.
1967년생인 박홍근 신임 사장은 서울대 화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한 뒤, 서울대 전체 수석으로 졸업했다. 이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4년 만에 화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하버드대 교수 재직 시절인 2003년에는 역대 최연소로 호암재단이 수여하는 삼성호암상 과학상을 수상하며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그동안 "첫 번째도 기술, 두 번째도 기술, 세 번째도 기술"이라고 강조한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SAIT 직원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선행 기술 확보는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 미래 신기술 연구와 인공지능(AI) 드리븐 컴퍼니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SAIT 원장 및 DX부문 CTO에 과감히 보임, AI 시대 기회 선점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이날 경영기획실장 송규종 부사장을 리조트부문 대표이사 사장 겸 삼성웰스토리 대표이사로 승진 내정하는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송 신임 사장은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업지원팀장, 경영지원실장과 삼성물산 경영기획실장을 역임한 재무관리 전문가다.
한편, 삼성전자는 정기인사에 앞서 지난 3월과, 4월 수시인사로 2명의 사장을 선임한 바 있다. AI 기술 고도화 등을 통해 갤럭시 S25의 개발 성공과 글로벌 사업 성장을 주도한 최원준 부사장을 올해 3월 MX사업부 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으로 승진시켰다. 3M과 펩시코 등의 최고디자인책임자를 역임한 마우로 포르치니를 4월 DX부문 최고디자인책임자(CDO) 사장으로 영입했다.
삼성전자는 부사장 이하 2026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도 조만간 확정해 발표한다. 이르면 내주에 후속 인사가 날 전망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임수빈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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