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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나토 "미국의 우크라 평화안, 추가 논의 필요"…트럼프 "최종안 아니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3 07:01

수정 2025.11.23 07:00

[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해병 1호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해병 1호기'에서 내려 백악관으로 걸어가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 연합

유럽연합(EU)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평화협상 조건에 대해 22일(현지시간) 이의를 제기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자신이 오는 27일까지 수용할지 여부에 대해 답하라고 우크라이나에 제시한 평화안은 최종안이 아니라며 한 발 뺐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평화안에 협상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이는 “최종안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으로 어떤 조항이 협상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답하지 않고 “평화에 이르고자 한다. 이 평화는 진작에 이뤄졌어야 한다”고만 말했다.



EU와 나토, 그리고 일본, 호주, 캐나다를 더한 14개국 정상은 이날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 도중 긴급 회담을 열고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28개항 조건은 평화안의 기초로 이를 발판 삼아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선언했다.

앞서 EU는 이 평화안이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항복(커피출레이션, capitulation)’이라고 반발했지만 미 행정부 관계자들은 협상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은 바 있다.

28개 조건은 주로 우크라이나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넘겨줘야 하고, 나토 가입 야망도 접어야 한다. 아울러 군사력 규모도 제한토록 하고 있다.

대신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전후 복구 자금을 지원하고, 안전 보장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안전보장은 러시아가 협정을 파기하고 다시 공격할 경우 미국이 동맹국들과 군사 지원 등을 논의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방안에는 그러나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막는 담보 장치로 유럽 주도의 서방 군병력을 우크라이나에 주둔시킨다는 내용이 빠졌다.

미 행정부가 공개한 이 초안은 미국의 우크라이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측근인 키릴 드미트리예프와 비밀리에 협의해 작성됐다.

유럽 동맹들은 발칵 뒤집혔다. 평화안이 러시아에 유리하게 편향됐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노 페브쿠르 에스토니아 국방장관은 러시아에 ‘100-0’으로 유리한 계획이라며 비난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가능성을 차단해서는 안되며 우크라이나 재건 자금은 러시아 동결 자산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유럽은 우크라이나 군사력 규모 제한에도 반대한다.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팀 틸리스(공화·노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 등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의 평화안이 푸틴 대통령에 대한 유화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이 평화안이 강행되면 우크라이나는 붕괴될 수도 있다고 이들은 경고했다.

민주당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평화안이 ‘협상의 출발점’이라는 말이 나온다.

크리스 쿤스(민주·델라웨어) 상원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초기에는 ‘허세’를 부리다 이후 본격적인 협상을 통해 조율하는 단계를 거친다면서 협상은 이제야 본격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쿤스 의원은 우크라이나 역시 이 방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명백히 거부하고 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권고했다.


러시아가 논란에 거리를 두고 관망세를 보이는 가운데 프랑스, 독일, 영국 등 유럽 안보 관계자들은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논의에 나설 계획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