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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살아나는 '엔캐리 청산 발작'
외국인 국채 매도에 채권금리 상승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 추세
AI거품론까지 겹치며 코스피 급락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일본 정부가 21조3000억엔(약 2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내놓자 당일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급등한 1475.6원에 마감했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대규모 유동성 풀기 정책에 시동을 걸면서 달러당 엔화 환율은 10개월 만에 처음으로 157엔을 뚫었고, 일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17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일본의 재정악화 우려에 엔화가치와 국채가격이 함께 하락한 것이다.
채권 시장 전문가들은 엔화약세는 강달러를 촉발하고, 강달러는 원화약세에 쐐기를 박고 있다고 분석한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새로운 경기부양책은 일본 재정 우려감을 고조시켜 엔화약세로 이어졌다"며 "엔화약세로 달러화는 강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일본 엔화약세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약세)해 국채 금리를 또다시 끌어올리는 요인이 됐다.
실제 일본의 대규모 부양책이 예상되면서 지난 19~20일 이틀간 국채 선물 시장에서 외국인의 순매도 규모는 3조6753억원에 달했다. 외국인의 국채 선물 매도는 우리나라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 중 하나다. 현재 추경에 따른 국고채 물량 증가로 오름세를 타고 있는 채권 금리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
실제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3년물)는 40.0bp(1bp=0.01%p)를 기록했다. 이달 초 35.3bp와 비교하면 확대되는 추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통상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하면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석하지만, 올해 상황은 재정수지 악화에 따른 기간프리미엄 상승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에 장기물 금리가 최근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국고채 10년물 금리(KIS자산평가 기준)는 연 3.275%로 지난 3일 3.095% 대비 15bp 올랐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742%에서 연 2.875%로 13.3bp 올랐다. 10년물 금리 상승 속도가 가파르다.
시장금리 상승에 '돈이 마르고 있다'는 시그널에 인공지능(AI) 거품론까지 더해지면서 지난 2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79% 급락한 3853.26에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도 3.14% 떨어진 863.95에 장을 마쳤다.
엔저가 우리나라 환율, 채권, 주식시장을 흔들 수 있지만 엔화 강세(엔고)로 전환될 경우 '공포'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그동안 일본 국채 금리가 급격히 오르면 일본은행(BOJ)은 무한 매수로 국채 금리를 떨어뜨리고, 엔저를 유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어 BOJ의 역할이 앞으로 과거와 같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하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앞으로 일본이 금리 인상 시그널을 준다면 엔화가 강세로 전환될 수 있다"면서 "엔화가 강세로 전환된다면 일본 자금의 환류(엔캐리트레이드 청산)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일본 금리가 오르고 엔화 가치가 상승하기 시작하면 해외로 나갔던 엔화가 회수되며 곳곳에서 엔캐리트레이드 청산이 일어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일본은 물가상승률이 2%대가 넘어 금리 인상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것"이라며 "그동안 BOJ가 사들여서 국채 금리 완화에 나섰다면 현재는 부채비율이 매우 높아 무한적으로 사들이기도 힘들 것이다. BOJ가 지속적으로 완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기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향후 일본의 상황이 엔고로 가면 우리나라 채권 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글로벌 금융기관 노무라 역시 "일본 국채 초장기물은 저유동성, 고변동성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며 "향후 추가 금리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어 "일본 초장기채 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엔캐리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재발할 수 있다"면서 "일본뿐 아니라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이슈가 재부각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한 바 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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