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수사에 협조해라" ... 한 통의 전화에 5천만 원 날렸다 [금감원 공동기획 조선피싱실록]

이주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3 18:43

수정 2025.11.23 18:54

국가기관 사칭 보이스피싱
"소명 안 하면 3억 갚아야" 협박
겁먹은 피해자 청약통장 등 해지
지난 9월 회사에서 일하던 A씨(42)는 '010'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조사관'이라고 소개한 상대방(B씨)은 A씨가 명의도용으로 성매매 알선 사건에 연루됐다고 알렸다.

B씨는 "김철수씨(가명) 아시냐"며 "은행 직원이라 개인정보에 접근하기가 쉬워 A씨의 개인정보로 통장을 개설해 성매매 알선에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무려 "피해금이 70억원, 피해자가 150명"이라며 "김씨는 잡혔으나 A씨가 소명하지 않으면 약 3억원을 피해자들에게 갚아야 한다"고 겁을 줬다.

A씨가 믿지 않고 의심하자 B씨는 법원에서 제공하는 '나의 사건검색' 홈페이지에서 해당 사실을 확인해보라고 했다.

사이트에 접속해 인적사항을 입력하니 실제로 존재하는 사건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냐' 물으니 B씨는 담당검사라며 C씨를 연결해줬다. C씨는 새 휴대폰을 개통해 앱을 설치할 것을 요구했다. 수·발신번호를 조작하고, 통화·메시지 내역을 감시할 용도였다. '은행 앱을 이용할 때는 원래 가진 전화를 사용하라'고 안내했다.

금융 앱 접속 단말기 정보가 바뀌면 금융기관에서 이상거래로 탐지하기 때문이다. 이후 C씨는 "국세청과 협업해 A씨의 금융자산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 지 확인해보겠다"며 전화를 끊지 못하게 했다.

계속 통화를 하며 C씨는 "A씨 대출이 1개 있는데 추가 대출이 되면 안 되는 상황에서 4400만원이 대출된 것을 보니 문제가 있다"며 "예금보호를 해야 하니 알려준 계좌로 4400만원을 이체하라"고 강요했다. "이 돈은 추후 한국신용정보원에 요청해 다시 돌려줄 것"이라고도 했다.

돈을 이체한 A씨에게 C씨는 '공범을 색출해야 한다'며 수사협조를 요구했다. 금융감독원에서 관리하는 계좌로 300만원을 이체하라는 것이다.

이상거래를 발생시키는 방법으로, '수사에 협조한다면 범행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피해자 입증 서류'를 작성해주겠다고 강조했다. A씨는 청약통장 등을 해지해 만든 돈까지 모두 5000만원 가까이 송금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23일 어떤 공공기관도 현금 전달이나 계좌이체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가기관 등을 사칭해 전화나 문자로 불안감을 조성하는 경우 즉시 전화를 끊어야 한다.

사건조회, 자산검수·자산이전, 특급보안·엠바고 등을 요구하면 명백한 보이스피싱이라고 의심해야 한다.
사칭범 이름이나 그가 전송한 서류가 의심스럽다면 카카오톡 '대검찰청 찐센터'로 연락해 확인하면 된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