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교육일반

"질풍노도 학생시절... 과목 변경으로 대입 불익 없어"[고교학점제, 미래 교육의 길을 찾다]

김만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4 14:33

수정 2025.11.24 11:07

[고교학점제, 미래 교육의 길을 찾다]
<상> 고교학점제 오해와 진실

고교학점제 주요 오해와 진실
고교학점제 주요 오해와 진실
오해 진실
진로 변경 시 대입 불이익 과목 변경해도 불이익 없음. 대학은 진로 변화 인정, 계열 내 변경은 문제없음.
내신 5등급제, 변별력 약화 변별력 충분. 전 과목 1등급 소수에 불과, 대학은 다양한 정보로 종합 평가.
학점 미이수 시 졸업 불가능/유급 졸업 걱정 불필요. 미이수 학생 특별 지도 지원, 학교 안 다니고 학점 취득 방안 마련 중.
농어촌 소규모 학교 선택과목 제한 선택의 폭 넓음. 온라인·공동교육과정 지원, 농어촌 학생은 과목 선택 제한 없음.

[파이낸셜뉴스] 올해 고등학교 1학년생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교학점제에 대해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불안해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여러 오해와 달리, 진학지도 담당 교사들과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학생 개개인의 꿈을 찾아주고 대입 경쟁력을 높여줄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고교학점제로 인해 사설 컨설팅 등 사교육을 부추길 것이라고 하지만 정부나 시도교육청, 학교에서 지원하는 상담만으로도 학생들의 진로를 설계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 지금부터 고교학점제의 진짜 모습과 학생 및 학부모들이 오해하고 있는 부분들을 짚어본다.
'혹시 진로 변경으로 선택과목을 바꾸면 대입에 불리할까?', '내신 5등급제는 변별력이 떨어지는 것 아닐까?' 등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걱정을 하고 있다. 고교학점제 초기 설계에 참여했던 교육계 관계자는 24일 "교사들이 업무가 가중될 것이라는 불만이 고교학점제 논란의 불을 지폈고, 이후에는 사교육 시장에서 공포마케팅까지 덮치는 바람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오해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점수 따기용 과목은 피해야
우선 고교학점제가 학생들에게 진로를 빨리 확정하라고 부담을 준다는 것은 오해다. 고교학점제 하에서 진로가 변경돼 선택 과목이 바뀌는 것에 대해 과도하게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 대학에서 중요하게 보는 것은 얕은 학습이 아닌, 대학 공부에 필요한 기초 학력을 충실히 다지고 자신의 관심 분야를 탐색하는 과정이다.

입학사정관협의회 최상은 회장은 "학생의 진로 희망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며, 입학사정 과정에서 과목을 변경한 사실만으로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경희대학교 임진택 입학사정관은 "일부 대학이 권장 과목을 제시하는 것은 학생들이 대학 학습에 필요한 기초를 다지고 수능에서의 '사탐런'처럼 내신 따기 쉬운 과목으로만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동일 계열 내에서의 과목 변경은 대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고려대학교 입학처 관계자도 "고려대는 학과나 전공이 아닌 '계열'을 기준으로 진로 관련 평가를 진행하므로, 계열 내 과목 변경으로 인한 불이익은 없다"고 밝혔다.

■전과목 1등급은 1∼2%뿐
기존 9등급 내신 제도가 5등급제로 변경되면 동일 등급을 받는 학생이 많아져 대입 변별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단순 비율로만 따지면 9등급제에서의 1등급 비율은 4%, 5등급제에서는 10%다. 하지만 2025학년도 고1 학생들이 전과목 1등급을 받은 비율은 매우 적다.

서울시교육청 자료에 따르면, 올해 고1 1학기 때 전과목 1등급을 받은 학생은 1.72%에 불과했다. 서울시 고1 전체 학생 수는 5만8828명이며, 이 중 전과목 1등급인 학생은 1009명이다. 또 부산시교육청 산하 부산진로진학지원센터가 부산의 81개교 1만3553명을 분석한 결과, 전과목 1등급을 받은 비율이 단 2.07%에 불과했다.

서울시교육청 진학지도지원단 자료개발부장인 박문수 서울 청원여고 교사는 "1학년 1학기 때 전과목 1등급이 1∼2%인데, 앞으로 5개 학기를 보내면서 전과목 1등급 비율은 더 내려갈 것"이라며, "내신 변별력은 떨어지지 않고 더욱 공정하게 학생을 평가하는 것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또한, 대학에는 단순히 등급만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의 원점수나 과목별 성취도, 성취도별 분포비율, 과목평균, 표준편차 등 다양한 평가 정보가 함께 전달된다. 이처럼 다각적인 정보가 제공됨에 따라 대학은 등급뿐만 아니라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학생을 평가한다.

■졸업 못 할까 걱정 마라
일부 학생들은 고교학점제에서 학점을 취득하지 못해 낙제하거나, 심지어 졸업을 못 하고 후배들과 다시 학교를 다녀야 할까 봐 극단적인 걱정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우려는 사실과 다르다. 기초 학력이 부족한 학생이라도 교육청과 학교는 '최소 성취수준 보장지도'라는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이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2025년 1학기 운영 결과, 학업성취율 미도달 학생 비율은 6.6%였으나, 최소 성취수준 보장 지도를 거쳐 0.3%로 대폭 감소했다.

만약 어쩔 수 없이 졸업에 필요한 192학점을 모두 취득하지 못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교육부는 학교를 다시 다니지 않고도 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연구 중이며, '미이수 학생 추가 이수 지원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올해 12월에 발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혹시 농산어촌의 소규모 학교에 재학 중이라 듣고 싶은 과목이 없는 경우도 걱정될 수 있다. 교육부는 학생이 희망하는 과목이 학교에서 개설되지 않을 경우, 온라인으로 수업을 듣거나 다른 학교와 함께 수업을 듣는 '공동교육과정' 등을 통해 해당 과목을 이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농산어촌 지역 학생들은 희망에 따라 과목을 제한 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받고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