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23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폐막한 가운데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리창 중국 총리의 만남이 결국 불발됐다. 회의 현장에서는 두 총리가 서로 시선을 피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에 중국 측이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 총리가 대화 기회를 놓치며 중일 대립의 장기화가 불가피해졌다고 아사히신문은 24일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G20 정상회의 일정을 마치고 이날 귀국할 예정이다. 중일 갈등이 격화되는 가운데 성사 여부가 주목됐던 양국 총리간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는 두 정상 간 어색한 기류가 포착됐다. 지난 22일 회의 참가국 정상들의 단체 사진 촬영 직전 다카이치 총리와 리 총리가 약 2m 떨어진 위치에 나란히 서며 순간 눈이 마주친 듯한 장면이 있었지만 리 총리는 다카이치 총리가 서 있는 반대 방향으로 얼굴을 돌렸다. 이후 두 사람 모두 다른 정상들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거나 대화를 나눴다.
아사히신문은 "두 정상이 만났다 하더라도 큰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일본의 대만 관련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설명하고 냉정한 대응을 요청하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의 요청대로 자신의 발언을 철회할 경우 스스로 집단 자위권 행사 범위를 좁히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내에서도 ‘대화를 거부하는 상대에게 억지로 접촉할 필요는 없다’는 기류가 퍼져있다. 다카이치 총리 역시 “사전에 (리 총리와 면담에 대해) 중국과 조율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 외 국가 정상들과 활발히 접촉하며 협력 확대를 어필했다.
오자키 마사노리 관방 부장관은 이날 기자단에게 “다카이치 총리와 접촉 기회를 갖고 싶어 하는 정상들이 (중국 이외 국가들에서)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상당한 속도감으로 관계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 회의에서 접촉한 참가국 정상 및 국제기구 대표들은 약 25명이다. 지난 22일 이탈리아 첫 여성 총리인 조르자 멜로니와 첫 대면해 웃으며 포옹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같은 날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와, 23일에는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 및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와 처음으로 대면해 개별 회담을 했다.
특히 다카이치 총리는 스타머 총리와 면담에서 동아시아 정세 등의 과제에 대해 "일·영이 긴밀히 협력한다"고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는 중국에 대한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겨냥해 각 국간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3일의 토론에서 "중요한 광물의 공급망이 과도하게 특정 국가에 집중되지 않도록 하고 강인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이를 두고 "다카이치 총리가 중국이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 금지를 단행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아프리카 등 자원국과의 협력을 확대하고자 하는 생각을 밝혔다"고 해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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