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본의 한 노년 남성이 복권에 당첨되어 6억 엔(약 56억 3700만 원)을 수령한 후, 이 사실을 아내에게 숨기고 호화로운 생활을 한 사연이 알려졌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일본 골드 온라인 등 외신에 따르면, 해당 남성 A 씨(66)는 대형 제조회사에서 퇴직한 인물로 전해졌다.
그는 도쿄에서 아내와 함께 매월 30만 엔(약 282만 원)의 연금으로 생활해왔다.
A 씨는 낮에는 동네 커피숍에서 신문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아침 식사를 마친 뒤에는 300엔(약 2800원) 상당의 복권을 여러 장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A 씨는 고액에 당첨되어 은행을 방문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는 당첨 사실에 대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숫자가 너무 많아서 조금 두렵기도 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내 "낙뢰 맞을 확률보다 당첨 확률이 낮다고 들었다. 이건 제 인생에서 한 번쯤 겪어보는 경험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A 씨는 평소 매우 검소하며 재정을 엄격히 관리하는 아내에게 당첨 사실을 알리지 않고, 이를 비밀에 부치기로 결정했다.
그의 아내는 결혼 생활 동안 맥주를 마시지 못하게 했으며, 낡고 저렴한 차만 구매하도록 허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이러한 자신의 생활 방식에 대해 인색하다고 종종 불평했으며, 돈에 대한 아내의 통제가 너무 강한 것에 당혹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아내에게 당첨금 액수를 500만 엔(약 4692만 원)으로 축소하여 알리고, 집 수리비로 사용하겠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는 아내 몰래 고급 자동차를 구매하고 여러 차례 고급 온천 리조트에 머무는 등 일본 전역을 여행하며 6개월 만에 1800만 엔(약 1억 7000만 원)을 소비했다.
A 씨는 아내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매일 지하철로 주차장까지 이동했다. 그는 새 차를 그곳에 주차해두고 낡은 옷차림을 유지했으며, 평소의 사회적 관계에서도 거리를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러한 비밀스러운 생활은 이내 그에게 죄책감과 외로움을 안겨주었다.
그는 여행 중 아이들과 함께 있는 다른 부부들을 보며 자신의 가족을 떠올렸다. 또한 이혼과 파산 후 홀로 세상을 떠난 아버지에 대한 기억도 되새기기 시작했다.
A 씨는 자신이 느끼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의 원인이 복권 당첨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는 "이 돈이 제 노력으로 번 돈이라면 자랑스러울 거다. 하지만 노력 없이 얻은 부는 불쾌한 기억을 불러일으키고 제 삶을 뒤흔든다"고 토로했다.
결국 A 씨는 재무 설계사와 상담을 거쳐 당첨금 가운데 약 5억 엔(약 46억 9000만 원)을 보험에 투자하기로 했다. 그는 수혜자로 아내와 자녀들을 지정했다.
그는 해당 보험금이 자신이 사망한 후 가족의 안정을 보장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 남성의 사연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논쟁을 일으켰다. 한 누리꾼은 "일반 사람들에게 갑작스러운 부는 행복을 가져다주지 않고 오히려 가치 충돌과 정체성 위기를 가져다준다"는 의견을 남겼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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