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소풍 갔다 사라진 막내 아들…22년 지나도 엄마는 기다려" [잃어버린 가족찾기]

장유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4 16:09

수정 2025.11.24 16:09

2003년 실종된 모영광씨(24)의 현재 추정.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2003년 실종된 모영광씨(24)의 현재 추정.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광아 얼른 돌아와. 네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야."
박혜숙씨는 22년 전 실종된 막내아들 모영광씨(현재 나이 24·사진)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박씨는 아들이 어디선가 잘 자라 언젠가 돌아올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는다고 했다.

영광씨는 2003년 10월 10일, 기저귀를 겨우 뗀 만 두 살 때 어린이집 소풍을 갔다가 실종됐다. 어린이집에 다닌 지 불과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당시 세 살 터울의 누나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니던 영광씨는 그날 부산 해운대구 우2동 장산에 있는 성불사로 소풍을 떠났다.

오전까지는 평범한 소풍과 다르지 않았다. 영광씨는 선생님과 누나, 친구들과 함께 절 주변에서 뛰어놀았고, 그 모습은 사진으로도 남아 있다.

점심 식사 후 하원 시간이 다가오자,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간식을 챙겨주며 집에 갈 준비를 시켰다. 그러나 아이들을 차량에 태우는 과정에서 영광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됐다. 인솔 교사 3명이 즉시 절 주변을 1시간가량 샅샅이 수색했지만, 영광씨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박씨는 하원 차량을 기다리다가 아들이 사라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곧바로 택시를 타고 현장으로 달려가 절 내부와 화장실, 주변 산책로 등 영광씨가 있을 만한 곳을 모두 찾아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이후 경찰과 119 구조대까지 투입돼 대대적인 수색이 이어졌음에도 흔적조차 확인하지 못했다. 소풍 이후 영광씨가 목격된 기록은 단 한 건도 없다고 한다.

당시 경찰의 초동수사에 아쉬움을 느낀 박씨는 아들을 찾기 위해 지인들과 인력을 모아 자체적으로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매일 5000부씩 전단지를 인쇄해 지하철역 입구 등 유동 인구가 많은 곳에서 시민들에게 전단을 나눠주고, 전국 교회·유치원·미장원 등 아이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기관에 일일이 우편으로 전단을 발송했다. 트럭에는 영광씨의 인상착의를 알리는 녹음을 틀어 해운대 일대를 돌았다.

영광씨를 찾는 동안 제보가 들어올 때마 박씨는 즉시 현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렇다 할 성과는 없었다. 그는 "영광이가 어디에 있는 누구랑 너무 닮았다는 제보가 들어올 때면 곧장 그곳으로 갔다"며 "방송을 통해 실종 소식이 나가면 제보가 쏟아지고, 제보가 오면 다시 쫓아가고 이런 일을 10년 이상 반복했다"고 회상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영광씨가 사라진 지 22년이 지났다. 박씨는 졸업식이나 입학식 때만 되면 영광씨가 생각나 마음이 아팠다고 한다. 아들의 초·중·고 입학을 챙기고 졸업을 지켜보고 싶었지만, 단 한 번도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어느덧 영광씨의 나이는 스무 살을 넘겼다.

영광씨가 성인이 된 나이가 지나면서 박씨의 마음가짐도 조금씩 달라졌다. 그는 남자아이가 스무살이 넘으면 스스로를 지켜낼 힘이 생겼을 것이라며, 이제는 영광씨가 어디에 있든 최소한 자신을 지켜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예전만큼 불안하지 않게 됐다고 전했다.

영광씨는 까무잡잡한 피부에 또렷한 눈매와 진한 눈썹을 가진 아이였다고 한다.
호기심이 많고, 애교도 많은 밝고 장난기 많은 막내였다. 박씨는 그런 아들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박씨는 영광씨를 향해 "영광이 집은 여기야. 여기에 영광이 누나도 여기 있고, 엄마 아빠도 있다"며 "얼른 돌아와"라고 말했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