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추론, 속도, 이미지, 비디오 등 모든 것이 더 선명하고 빨라졌다. 이는 정말 놀라운 발전이다". 세일즈포스 마크 베니오프 최고경영자(CEO)는 구글의 최신 AI 모델 ‘제미나이 3.0’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그간 챗GPT를 써 왔다는 베니오프 CEO는 "(챗GPT로) 다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극찬했다. 그의 발언은 그간 GPT가 사실상 독주해온 글로벌 AI 시장에 구글의 제미나이가 던진 충격파를 그대로 보여준다.
■"제미나이, 미국의 차세대 AI모델"
2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제미나이 3.0’를 출시하며 "가장 강력한 에이전틱 및 바이브 코딩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제미나이3.0은 구글 생태계에서도 중요한 진전이다. 제미나이 3.0은 그 어느 때보다 구글 생태계와의 통합이 강화된 모델이다. 이 때문에 검색엔진, 크롬 브라우저, 안드로이드 OS 등 구글 핵심 서비스와 제미나이의 통합이 본격화되면 검색 이후 가장 큰 사용자 행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미 제미나이 사용자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구글이 최근 발표한 3분기 실적을 보면, 제미나이 앱의 월간사용자수(MAU)는 6억5000만명으로, 지난 7월 4억5000만명 대비 급증했다.
■급부상한 TPU 생태계
제미나이 3.0은 단순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고 AI 인프라 구조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챗GPT가 중심이 된 기존 GPU 일변도에서 벗어날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제미나이 3.0은 훈련과 추론 모두 구글의 AI 전용 칩 텐서처리장치(TPU) 기반으로 설계됐다. TPU는 초거대 모델을 돌릴 때 전력 효율이 높고 단가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은 만큼, 규모가 커질수록 GPU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비용·속도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된다.
특히 주요 AI 서비스의 학습이 마무리 단계로, 이제 추론 시대로 전환된 만큼 TPU의 경쟁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크다. 이렇게 되면 지난 3년간 AI 생태계의 맹주로 활약해 왔던 오픈AI의 자리를 구글이 이어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구글은 빅테크 중에서 AI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수직 계열화가 가능한 유일한 곳이다. 자체 칩인 TPU를 기반해 개발한 제미나이의 성과는 구글이 AI 산업 지형도를 다시 그릴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기대감은 곧바로 시장에도 반영됐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의 주가는 최근 며칠간 강한 상승 흐름을 타며 기술주 전반의 투자 심리 회복을 이끌었다. AI 거품론을 둘러싼 불안감도 한층 누그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는 제미나이 3.0을 접한 뒤 "이제 우리가 따라가는 입장"이라고 평가했고, 테슬라 일론 머스크 CEO도 자신의 X(옛 트위터) 계정에 이례적으로 "축하한다"는 반응을 남기기도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