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자유무역협정 10년 세미나
미중 갈등 대응 공급망 협력 강조
AI 등 신산업 포괄 규범 추가 제언
미중 갈등 대응 공급망 협력 강조
AI 등 신산업 포괄 규범 추가 제언
24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베트남 외상대학교가 공동 주최한 '한·베 FTA 10주년 산·학·관 세미나'에서 다오 응옥 띠엔 하노이외상대(FTU) 부총장은 양국 통상협력의 질적 변화를 지적하며 이 같이 설명했다.
띠엔 부총장 외에도 이날 참석한 발표자와 패널들은 단순한 관세 인하 중심 FTA로는 △미·중 갈등 △공급망 재편 △디지털 전환 속에서 양국 기업이 직면한 압력을 감당할 수 없기에 양국 협력의 발전을 위해 '한베 FTA 2.0'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이번 세미나는 한·베 FTA 10년 성과와 공급망 협력과 FTA 업그레이드를 통한 차세대 협력 등 2개 세션으로 진행됐다.
■韓기업이 베트남 수출 3분의 1 책임
최영삼 주베트남 대사는 개회사에서 "베트남 정부가 산업 고도화와 경제적 구조 전환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금 한·베 FTA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다"고 이번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첫 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김바우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 박사는 베트남 세관의 선하증권 데이터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김 박사는 "베트남에서 활동하는 한국 기업들은 베트남 전체 수출의 30% 이상, 수입의 25%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그동안 한·베 FTA의 성과를 설명했다. 김 박사가 제시한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 23.7%로 추정됐던 한국 기업 기여도는 최근 집계한 방식에 따르면 30%를 넘어섰다.
패널 토론자로 나온 류용욱 싱가포르국립대(NUS) 리콴유스쿨 교수는 글로벌 공급망 재편 상황을 짚으며 "동남아 국가들은 미·중 공급망 중 어느 체인에 속할지를 선택해야 하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향후 양국의 과제로 "무역·경제를 넘어서는 정치·안보 신뢰관계 형성을 통해 폭넓은 교류, 민간교류 확대를 통해 양국 국민 신뢰관계 형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완성차·규범까지 넓혀야"
두 번째 세션에서는 10주년을 맞는 한·베 FTA의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한·베 FTA의 양적·질적 성장을 강조하며 한·베 FTA가 한·아세안 FTA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의 유기적인 연계와 디지털 경제·에너지 분야로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김현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협력팀장은 "현행 한·베 FTA는 2015년 기준의 산업·시장 구조에 맞춰져 있다"며 "데이터·AI·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신산업을 포괄하는 규범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팀장은 "관세율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글로벌 공급망에서의 규범 경쟁력"이라며 "한국과 베트남이 함께 규범을 만들지 못하면 미·중 기준에 종속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 완성차 수입 관세와 관련된 논의도 세미나 후반부에 이어졌다. 베트남 수입 완성차(CBU) 시장에서 일본과 유럽산 자동차가 국가 차원의 관세협정 등을 통해 '관세율 0% 시대'를 맞이한 것과 반대로 한국 기업의 수입 완성차는 무방비로 30~70% 관세를 부과 받으며 점점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했다.
박승언 주베트남 대사관 경제공사 참사관은 "한·베 FTA가 만능 해결책은 아니지만 FTA의 확정성이 주는 게 크다"면서 완성차와 디지털 규범 등을 한·베 FTA 2.0에서 논의되어야 할 내용으로 꼽았다.
박 참사관은 한국의 완성차 수입 촉진이 베트남 국내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켜 시장을 키울 것이며, 향후 현대차·기아의 현지 투자 유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짚으며 FTA라는 제도와 양국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에 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 부 튀 띠엔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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