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건·사고

불러도 대답 없는 택시... "근로·임금형태 유연화가 해법"

장유하 기자,

서지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5 18:28

수정 2025.11.25 20:48

[되풀이되는 택시대란 (하)]
법인택시 기사 평균 연령 63세
'주40시간 월급제' 적합치 않아
파트타임·리스제 활용 검토해야

손님 기다리는 택시들. 연말 심야시간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달라진다. 사진=뉴시스
손님 기다리는 택시들. 연말 심야시간에는 상황이 정반대로 달라진다. 사진=뉴시스


불러도 대답 없는 택시... "근로·임금형태 유연화가 해법"
불러도 대답 없는 택시... "근로·임금형태 유연화가 해법"

연말·심야 붙으니... '따블' 외쳐도 잡기 힘든 택시

해마다 되풀이되는 연말 '택시대란'이 올해도 재현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취객이 몰리는 심야 시간대 운행은 여전히 기피되고, 기사 이탈은 가속화 되는데도 좀처럼 메워지지 않고 있는 탓이다.

오랫동안 굳어져 온 택시산업의 구조적 요인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땜질식 단편적 처방으로는 이러한 고질적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우선 택시기사의 경직된 근무 형태를 개선하고 실효성 있는 보상 체계를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된다. 또 이 과정에서 시민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필수다.



본지는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 나진항 국토교통부 교통서비스정책과 과장, 오봉훈 전국택시노조 서울지역본부 사무처장, 정국채 서울택시운송사업조합 기획부장 등 4인의 전문가와 지상대담을 갖고 택시대란의 원인과 대책을 짚었다.

―국내 택시산업 구조는 어떤가

▲김 연구원=개인택시와 법인택시의 비율은 7대3으로 개인택시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용자가 지불하는 요금은 동일하지만 법인택시는 회사 기준금을 내야 해서 수익이 더 낮다. 필연적으로 개인택시가 더 선호되는 구조다. 개인택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보니 낮 시간대 운행을 많이 한다. 법인택시는 개인택시가 적은 저녁 시간대 운행률이 높다.

―연말에 택시대란이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나 과장=정부는 택시의 수요와 공급이 균형을 이루도록 총량제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택시의 총량은 연간 수요를 기반으로 산정하기 때문에 특정 시간대에 수요가 집중되면 공급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는 분들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 부장=평소에는 택시가 부족하지 않지만 연말에는 수요가 급증해 일시적으로 공급이 달릴 수 있다. 보통 개인택시 기사들은 야간 운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어서 법인택시가 야간 운행에 기여하는 부분이 많았다. 문제는 법인택시 기사의 이탈이 늘면서 심야 운행률이 눈에 띄게 떨어졌다는 점이다. 심야시간 법인택시 감소는 연말 택시대란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다.

―개인택시 기사들이 야간 운행을 기피하는 이유는

▲오 처장=나이가 들면 감각이 둔해져서 야간 운행에 부담을 많이 느낀다. 사고 위험성이 커지다 보니 주간에만 운행하는 경우가 많다. 법인택시는 야간 운행을 해야 어느 정도 수익을 보장받지만 개인택시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다. 결국 필요한 시간대만 선택적으로 일하게 되면서 야간 운행률이 떨어지는 것이다. 다만 최근에는 승객 수요 자체가 줄어서 승차난이 발생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법인택시 상황은 어떠한가

▲김 연구원=기사들이 다 떠나서 택시가 있어도 운전할 사람이 없다. 법인택시 10대 중 7대는 놀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핵심 원인은 지나치게 경직된 법인택시의 근로 형태다. 법인택시 월급제가 도입되고 코로나19 유행이 겹치면서 기사들의 이탈은 더욱 심화됐다.

▲정 부장=서울시는 법인택시 '주 40시간 월급제'를 시행 중이다. 월급제는 특성상 일하는 사람만 일한다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급여는 비슷하게 받는데, 열심히 일하는 기사가 그렇지 않은 기사의 몫을 채우는 구조다. 결국 회사는 전체적인 수익률이 떨어져 경영 위기를 겪고, 성실한 택시 기사는 염증을 느껴 운전대를 놓게 된다.

▲오 처장=법인택시 기사의 평균 연령은 약 63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예전엔 50대 기사도 흔했지만 지금은 찾아보기 어렵다.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일주일에 40시간 운행을 버거워 하는 기사가 많다. 몸이 안 좋아서 조금만 일하고 싶어도 그렇지 못하는 상황이다. 버티다 못해 그만두는 기사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일할 수 있는 만큼 일하고 그에 따른 급여를 받는 게 맞는 것 같다.

요금 올려 공급 늘린다고? 구조적 문제 풀어야

―택시 공급 불균형, 어떻게 해소해야 할까

▲김 연구원=근로 형태를 다변화하고 임금 제도를 유연화해야 한다. 현재 법인택시 기사들은 주 40시간 이상 근무가 의무로 묶여 있어 단시간 근로가 불가능하다. 이를 풀어서 수요가 많은 시기에는 단시간 근로가 허용되도록 해야 한다. 돈이 잘 벌리는 특정 시기·지역에 필요한 인력이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정 부장=해외는 리스제가 활성화돼 공급이 유연하지만 국내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도 파트타임제나 리스제를 도입해 청년층이나 투잡 인력을 유입시켜야 한다. 야간 운행률을 상승시키고 전반적인 택시 가동률까지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인센티브 도입도 자주 거론되는데

▲김 연구원=택시 플랫폼이 수익성보다는 공익성에 무게를 둔 정책을 제시하면 좋겠다. 택시 플랫폼들은 택시 기사가 어느 시간대, 어느 지역을 기피하는지 아주 면밀하게 알고 있다.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지역·시간대에 한정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다.

▲나 과장=공급 측면을 고려한다면 요금·임금 체계 유연화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다만 인센티브 확대는 국민의 교통비 부담과 직결된 아주 어려운 문제다. 국민의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심야 공급을 늘리는 크지 않은데도 교통비만 오르는 상황은 피해야 한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과 앞으로 방향성을 이야기한다면

▲김 연구원=정부가 앞서 실시한 심야 호출료 인상 등 조치로 해소할 수 있는 문제는 이미 해결된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체감 효과가 크지 않다는 점이다. 단순히 가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 건 택시산업의 경직된 근로 형태다.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하려면 보다 유연한 근로 형태가 필요하다.

▲나 과장=심야버스 운영, 호출료 탄력화 등 다양한 대책을 통해 심야 시간대의 수요 불균형을 개선해 나가고 있으나, 아직까지 국민께 충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내지 못한 것 같다.
단순히 택시 공급을 늘리기 보다는 수요가 부족한 시간, 지역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welcome@fnnews.com 장유하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