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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금산분리 고정관념 깨고 기업 투자 활로 열어야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5 18:43

수정 2025.11.25 18:43

첨단산업 경쟁 치열한데 규제 묶여
원칙 고수보다 실용적 해법 도입을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진=뉴시스

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원칙이 큰 변화의 기로에 섰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금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양대 자본 간 칸막이가 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해서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산분리의 근간을 고수하는 반면, 재계는 금산분리 완화의 빗장을 열 것을 주장한다. 매번 되풀이되는 쟁점이다.

지금은 변화하는 산업 환경과 국가 경쟁력 강화라는 시대적 요구 앞에서 낡은 고정관념을 깨고 실용적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금산분리는 금융기관의 재벌 사금고화를 막고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기 위한 규제로 작용해왔다. 금산분리의 이런 취지와 역할이 우리 사회와 시장에 미친 긍정적 영향을 부정할 순 없다. 문제는 세계 경제질서가 급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700조원 넘는 자금이 투입되고, 일본은 라피더스에 27조원을 지원하며 반도체 주권 확보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와 AI 분야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붓는 실정이다. 투자는 규모도 중요하지만 적재적소에 실행하는 게 더 필요하다. 산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에 미래 가치가 높은 기업이나 사업에 탄력적으로 접근하려면 금산분리 완화가 매우 효과적이다. 그런데 우리 기업들은 금산분리 규제의 족쇄에 묶여 눈앞에 지나가는 기회를 놓치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다.

물론 금산분리를 무작정 없애자는 건 아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금산분리 완화를 '최후의 수단'으로 규정하며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산업 현장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면 '한시적 특별법' 방식으로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다. 금산분리의 대원칙은 유지하면서 첨단전략산업에 한해 시한을 정해 예외를 인정하는 식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해 금산분리 완화 문제를 접근하고 있다. 다양한 접근으로 현행 금산분리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법이 많다는 얘기다.

아울러 금산분리 완화를 추진할 때는 명확한 완화의 범위와 조건을 설정해야 한다. 금산분리 원칙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제도 완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 때문이다.

금산분리를 신성불가침 영역으로 두고 완화 논의를 아예 봉쇄하는 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원칙 고수'가 아니라 '실용적 해법'을 찾는 것이다. 다른 선진국들도 규제를 조정해 첨단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마당에 우리만 원칙론에 매여 있을 이유가 없다. 반도체와 AI는 단순한 산업이 아니라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자산이다.
우리만 규제 논쟁에 매몰되어 기회의 시간을 놓쳐선 안 된다. 규제 때문에 제대로 투자가 집행되지 못하는 것 역시 크게 보면 국가적 손실이다.
금산분리의 근간은 지키되 첨단산업의 투자 활로를 여는 실용적이고 현명한 접근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