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사회

이번엔 '가짜 영상'에 고추 약탈…中 고추 밭에 몰려든 사람들

서윤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6 10:28

수정 2025.11.26 15:34

비슷한 시기, 中 다른 지역에선 배추 사라지고
지난 10월 폴란드에선 감자 150t 가져가기도
이달 초 중국의 한 농가에서 고추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가짜 영상이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올라온 된 뒤 사람들이 고추를 가져가는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이달 초 중국의 한 농가에서 고추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가짜 영상이 중국의 SNS인 웨이보에 올라온 된 뒤 사람들이 고추를 가져가는 모습. /사진=웨이보 캡처

[파이낸셜뉴스] 중국에서 "고추를 무료로 따가도 된다"는 내용의 글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뒤 고추밭이 '말 그대로' 약탈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지무뉴스는 이달 초 중국 SNS에 "산시성 류자거우촌 밭에 있는 고추를 공짜로 따도 된다"는 영상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영상엔 밭의 주인이라 주장하는 한 남성이 "누가 따든 그 사람 것이 된다"며 "3만 위안(약 618만원)을 써서 고추를 길렀는데, 절반 밖에 팔지 못했다"고 말했다.

영상을 본 사람들은 자루와 바구니를 챙겨 들고 류자거우촌으로 몰려 들었다. 자동차를 타고 온 사람은 차량 안에 고추를 실어 갔다.



실제 고추 밭 주인인 양모씨가 "무료로 가져가도 된다는 말은 가짜다", "이건 절도 행위다"라고 소리쳐도 이들의 행동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경찰과 도로 관리원, 마을 관리들까지 현장에 출동해 무단으로 가져가는 사람들을 제지한 뒤에야 상황이 종료됐다.

이들 중 일부는 챙긴 고추를 돌려놨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불법으로 취득한 고추를 돌려주지 않은 채 그대로 떠났다.

양씨는 지무뉴스에 "영상 속 남성과 전혀 모르는 사이고, 고추를 못 쓰니 가져가라고 한 적도 없다"며 "지금 한창 (고추를 판매하기 위해) 판로를 찾는 중이었는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경찰은 허위 정보를 퍼뜨린 남성을 체포했고 그는 행정구류 7일 처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양씨와 합의해 5000위안(약 103만원)을 배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폴란드의 한 농가에서 감자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짓 내용이 페이스북에 유포된 뒤 사람들이 감자를 가져가는 모습. /사진=VICE 캡처
지난 10월 폴란드의 한 농가에서 감자를 무료로 나눠준다는 거짓 내용이 페이스북에 유포된 뒤 사람들이 감자를 가져가는 모습. /사진=VICE 캡처

이런 가짜 영상 때문에 농가가 피해를 입는 건 이전에도 있었다.

비슷한 시기 중국 네이멍구에서는 "배추 밭이 쓸모 없어졌다.
배추를 가져가라"는 영상이 올라온 뒤 800여명이 몰려와 배추를 가져갔다.

지난 10월엔 폴란드에선 농부가 가꾼 감자 150t이 주말에 집을 비운 사이 사라지기도 했다.
당시 페이스북엔 폴란드 포트카르파츠키에주 농부인 피오트르가 감자를 무료로 가져가게 해준다는 거짓 내용을 담은 영상이 올라왔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