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택→김현수→최원준... 독 품은 KT의 파격, FA시장 완전히 뒤집었다

kt, 김현수 50억 전액 보장으로 잡아
최원준에는 4년 48억 깜짝 금액
한승택도 4년 10억 계약
강백호 보상 선수도 곧 선택
박찬호 놓치고 강백호 잃은 kt, 일약 FA 시장 주인공 등극

김현수는 LG 트윈스를 떠나 kt 위즈로 이적했다. kt 위즈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대어급 선수들을 연이어 놓치며 체면을 구겼던 프로야구 kt 위즈가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확실한 존재감을 남긴 팀이 됐다. 2025 FA 시장에서 영입 가능한 외부 FA 3명을 모두 데려오며 ‘유일한 3명 영입 구단’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박찬호(두산), 강백호(한화)를 모두 노렸던 kt 위즈의 초반 전략은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그러나 kt는 발 빠르게 방향을 틀었다. 확보한 재정을 ‘준척급’으로 눈을 돌리는 전략을 펼쳤다.

그 과정에서 나온 계약 조건은 시장의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첫 번째는 외야수 김현수와 3년 50억원 전액 보장 계약이다. 30대 후반 베테랑에게 ‘옵션 없이 풀 보장’이라는 파격적 카드는 시장가를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김현수는 이미 검증된 타자지만, 나이와 수비·주루 역량 감소를 고려하면 대부분의 구단이 보수적 접근을 택하는 포지션이다.

그러나 kt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8000타석 이상 기준 KBO 통산 타율 4위, 꾸준함과 리더십, 한국시리즈 MVP(타율 0.529)라는 ‘즉시 전력’ 요소를 우선적으로 평가했다. 잠실이 아닌 수원이라는 홈 구장도 선택을 밀어붙인 근거다.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외야수 최원준(왼쪽)이 kt 위즈와 계약한 후 나도현 kt 위즈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두 번째는 최원준 영입이다. 최원준은 4년 최대 48억원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대우를 받았다. 초반만 해도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시즌 성적은 커리어 로우 수준이었고, KIA에서 NC로의 트레이드 후에도 큰 반등을 이루지 못했다. 그럼에도 kt는 ‘검증된 운동능력·수비 범위·주루 능력’이라는 가치에 베팅했다.

나도현 단장이 “센터 라인을 강화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힌 바와 같이 kt는 외야진 재편을 첫 번째 과제로 삼았다. 여기에 지난 20일 발표된 포수 한승택(4년 최대 10억) 영입까지 더하면 kt는 단일 FA 시장에서 구단의 약점이었던 포수 백업층, 좌익수·우익수, 중견수 후보군까지 모두 채운 셈이 된다.

한승택(왼쪽)이 kt 위즈에 입단한 후 나도현 kt 위즈 단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kt 위즈 제공

kt 내부에서는 “강백호를 잃더라도 보상선수로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 있었고 외야 FA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적으로 kt는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가장 과감한 재정 투입을 보여준 팀이 됐다. 영입한 세 명이 모두 팀 구조상 필요 포지션에 들어맞는다는 점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강백호가 FA로 이탈하며 발생할 수 있었던 외야 생산력 공백을 김현수-최원준 조합으로 메우는 데 성공했다는 점은 실질적 의미가 크다. 더불어 kt는 강백호의 보상선수 선택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가능성이 높다. 강백호가 A등급 FA이기 때문에 한화에서 즉시전력감 선수들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다.

깅백호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마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이글스 제공

하지만 반대급부의 시선도 존재한다. 소위 '패닉바잉'이라는 시선이다. 그 정도 급의 선수들도 아닐뿐더러 박찬호 등을 잡지 못하자 너무 무모한 모험을 했다는 시선이다.

특히 최원준이나 한승택은 저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에도 영입이 가능했다는 의견이 주류다. 계산된 과감한 투자일 수도 있고, 다소 도박처럼 보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kt가 ‘도박처럼 보이는 계산’을 끝냈고, 이 계산은 2026 시즌 성적표로 증명될 것이라는 점이다.

[e-mail]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