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상가는 딸 줄게" 자필유언장 써준 아버지..치매 걸린 후 오빠한테 등기이전 [이런 法]

김수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6 19:00

수정 2025.11.26 20:54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10년 전 딸에게 '상가를 주겠다'는 내용의 자필 유언장을 남긴 아버지가 치매 진단 이후 아들에게 상속 의사를 밝히며 등기를 이전했다는 사연이 공개됐다.

아버지 장례 치른 뒤 재산싸움 난 남매

26일 YTN 라디오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 돌아가신 아버지 재산을 두고 오빠와 갈등을 겪고 있다는 A씨의 사연이 소개됐다.

자신을 1남 1녀 중 막내딸이라고 소개한 A씨는 "10년 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본가 근처에 살면서 아버지를 돌봤다"고 운을 뗐다.

A씨는 "결혼 후 서울에 자리를 잡은 오빠는 명절에나 겨우 얼굴을 비추는 정도였다"며 "부모님은 오빠에게 유학 비용과 결혼 전세보증금을 지원해 주셨지만 저에게는 특별히 해주신 게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 점이 마음에 걸리셨는지, 아버지는 어느 날 제게 '내가 죽으면 이 상가는 네가 가져라. 집은 오빠랑 나눠 가지면 되고'라고 말하며 직접 자필로 유언장을 쓰시고 주소가 적힌 봉투에 넣어 건네주셨다"며 "저는 고마운 마음에 그 봉투 채로 유언장을 잘 보관했다"고 했다.



몇 년 뒤 A씨의 아버지는 치매 진단을 받았고, 상태가 점점 나빠져 결국 요양원에 모셨다고 한다. 아버지는 요양원에서 돌아가셨고, 장례를 치른 뒤 재산 정리를 하던 A씨는 황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아버지께서 주시겠다던 그 상가가 이미 A씨 오빠 이름으로 등기 이전이 됐기 때문이다.

A씨는 "이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져 묻자 오빠는 아버지가 치매 진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상가를 오빠에게 준다는 내용의 '공증 유언'을 작성했다고 하더라. 저는 아버지가 직접 써주신 유언장을 보여줬지만 오빠는 '주소도 없고 도장도 없다'면서 제 유언은 무효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비록 유언장 안에는 주소가 없지만 아버지가 직접 주소를 써주신 봉투에는 적혀있다"며 "과연 제 유언장은 무효냐. 아버지의 유산은 어떤 유언을 기준으로 해야 하냐. 만약 제 유언장이 무효라면, 제가 받을 권리는 어떻게 지킬 수 있느냐"라며 조언을 구했다.

변호사 "자필유언장 충족 조건 갖췄다고 보기 어려워"

해당 사연을 접한 조윤용 법무법인 신세계로 변호사는 "민법에서 정한 유언에는 5가지의 형식이 있다. 자필, 공정증서, 녹음, 비밀, 구수증서가 바로 그것인데, 자필유언은 민법에서 유언자가 유언내용을 자필로 적고, 그리고 연월일, 주소,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을 하여야 한다고 형식을 규정하고 있다"며 "연월일, 주소, 성명, 날인 중에 하나의 요소라도 빠지게 되면 유언장은 효력을 인정받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 오빠는 자필 유언장에 주소도 기재되어 있지 않고, 날인도 되어 있지 않다고 문제 삼고 있는데, 주소의 경우 본 유언장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지 않더라도 유언장이 보관된 봉투 또한 유언장과 일체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봉투에 주소가 기재되었더라도 형식을 갖춘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그동안 보관해 온 봉투에 주소가 기재되어 있었으므로 주소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판단될 가능성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사연과 같이 서명만 되어 있을 뿐 아예 날인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자필 유언의 요건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치매 초기단계라도 유언 효력 있어.. 오빠에게 유류분 반환 청구 가능" 조언

또 조 변호사는 "A씨 오빠가 받은 공정증서 유언은 유언 공정증서에 따라 이미 등기까지 완료된 것으로 보이는데, 공정증서 방식의 유언의 효력은 갖춘 것으로 보인다"며 "치매 진단을 받은 초기 단계였고 당시 어느 정도 의사 변별과 의사 진술이 가능하였다면 유언 효력이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다만 상가를 오빠가 받더라도 A씨는 남은 주택을 상속받는 방향으로 협의할 수 있으며, 만약 주택 가치가 본인의 유류분에 미치지 못한다면 오빠에게 유류분 반환 청구가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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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