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중국 TV 출하량 감소폭 글로벌서 가장 두드러져
보조금 고갈 및 TV교체 수요 줄어든 영향
인도에 공들이는 삼성, LG...경쟁 심화될 듯
[파이낸셜뉴스] '중국 시장 지고, 인도 시장 뜬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는 물론이고 중국 가전업체들까지 역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는 중국 시장을 대체해 인도 등 '포스트 차이나'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최대 TV시장이었던 중국의 TV 출하량이 감소세로 돌아서면서, 제2의 중국 시장을 찾기 위한 가전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삼성, LG 인도 시장 공략 강화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인도 TV시장에서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인도 TV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출하량 기준 23.8%의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업계에선 인도는 주요 선진국 대비 스마트TV의 보급률이 높지 않고, 14억명의 인구 대국이라는 점에서 시장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것으로 본다. 특히 국내업체들이 강점을 보이는 프리미엄 제품군에 대한 시장 수요가 있다는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수장들이 인도를 찾아 현지 스킨십을 강화하는 것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LG 소프트웨어연구소를 방문해 연구개발(R&D) 현황 등을 직접 점검했다. 이곳은 LG전자 TV의 핵심인 웹OS를 비롯한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거점이다. LG전자는 지난달 인도 증시에 상장, 시장 영향력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회장 역시 전날 인도의 최대 부호로 알려진 무케시 암바니 인도 릴라이언스 그룹 회장이 방한하자 직접 만나 삼성의 신기술을 소개하고 만찬까지 함께 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삼성은 지난해부터 인공지능(AI)을 탑재한 TV라인업을 인도 현지에 줄줄이 투입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AI 기반 화질 엔진이콘텐츠나 주변 상황에 따라 최적의 화면을 구현해주는 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TV시장 자체가 정체기라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돌파력이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중국 브랜드의 공세가 거세지만 국내 업체들은 AI나 화질 등 요소를 바탕으로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리더십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中 등 글로벌 TV 침체 장기화 우려
글로벌 TV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는 시점에서 신흥시장의 존재감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3·4분기 전 세계 TV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5250만대를 기록했다. 감소세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시장의 급격한 둔화다. 중국 TV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2% 쪼그라들며 주요 시장 중에서도 가장 감소 폭이 컸다.
옴디아는 중국의 출하량 급감이 지난 한 해 중국 소비자들의 TV 교체가 활발했던 점과 정부 보조금 고갈이 맞물린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중국 시장에서의 제한적인 TV 출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전자업계가 TV 수요의 돌파구로 기존 주요시장 대신 인도나 동남아 등으로 눈을 돌리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실제로 중국이 두 자릿수 출하량 감소세를 기록하는 동안 인도,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TV 출하량은 7.7% 늘어나며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관세 영향 등으로 2.3% 성장에 그친 북미 지역과 비교해도 출하량 증가폭이 훨씬 가팔랐다. 신흥시장이 TV 업계의 승부처로 떠오르면서 지금은 국내 업체들이 선방하고 있지만 생존 경쟁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매튜 루빈 옴디아 TV 세트 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중국 TV 브랜드들은 이미 상당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이뤄냈고, 부진한 중국 시장은 이러한 노력을 더 가속할 것"이라며 "미국, 멕시코는 관세나 생산 한계에 따라 단기 성장이 어려울 수 있지만, 다른 아시아 국가들, 특히 인도에서는 더 접근하기 쉬운 기회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