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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AI의 핵심은 기술보다 거버넌스와 신뢰"… 헬스케어 AI 써빗 2025 성료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6 17:35

수정 2025.11.26 17:35

지난 22일 인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개최된 '헬스케어 AI 써밋 2025'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제공
지난 22일 인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개최된 '헬스케어 AI 써밋 2025'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의료정보학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의료정보학회가 주최한 '헬스케어 AI 써밋 2025(Healthcare AI Summit 2025)'가 지난 22일 인천 쉐라톤그랜드인천호텔에서 성황리에 개최됐다.

'거버넌스, 윤리, 그리고 실행 전략(Governance, Ethics, and Executive Strategy)'을 주제로 열린 이번 써밋에는 전국 주요 병원의 최고정보책임자(CIO), 최고의료정보책임자(CMIO), 디지털 전략 책임자 등 실무 결정권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는 김종엽 이사장(건양대병원)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의료 AI 거버넌스(Governance) △의료 AI 윤리(Ethics) △의료 AI 실무개론(Practice) 등 총 3개의 세션으로 진행됐다.

기술은 충분하다, 문제는 '정책'과 '전략'

오전 세션에서는 삼성서울병원 데이터사이언스연구소 정명진 소장의 진행으로 의료 AI의 정책적 기반을 다뤘다.

첫 번째 연자로 나선 신현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의료정책연구실장은 'AI 시대에 대응한 보건의료분야 정책 개선방향' 발표를 통해 한국 의료 AI의 '투자 역설(Investment Paradox)'을 지적했다.



그는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디지털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활용성은 그에 미치지 못한다"며 "진입 규제 완화뿐만 아니라, 현장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수가(Reimbursement) 체계 개편과 가치 기반의 보상 모델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손명희 교수는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등 글로벌 선도 병원들의 사례를 분석하며 "스마트 병원은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니라, 환자 여정(Patient Journey)을 재설계하는 운영 모델의 혁신"이라고 정의했다.

데이터의 블랙박스를 열다… '신뢰' 없는 AI는 불가능

오후 세션은 부산대병원 최병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의료 데이터의 윤리적 쟁점이 논의됐다.

서울아산병원 유소영 교수는 'DRB와 그 너머, 데이터 거버넌스' 발표에서 데이터 심의위원회(DRB)의 역할을 재조명하며 "데이터 활용의 법적 정당성(Legal Legitimacy)을 넘어 사회적 신뢰(Social Trust)를 확보하는 것이 데이터 거버넌스의 핵심"이라고 역설했다.

삼성서울병원 김형진 교수는 AI의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를 거론하며, "설명 가능한 AI(XAI) 없이는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으며, 이는 곧 임상 적용의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상에서 현실로… 의료 AI의 민낯과 가능성

마지막 세션에서는 생성형 AI(Generative AI)의 실제 임상 적용 사례와 한계에 대해 다뤘다.
연세의대 박유랑 교수와 차의과학대 한현욱 교수는 글로벌 트렌드와 임상 활용 현황을 공유하며, "AI가 연구실을 넘어 진료실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데이터 표준화(Data Standardization)와 워크플로우(Workflow) 통합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를 총괄 기획하고 진행한 양광모 교수(삼성서울병원)는 폐회사에서 "이번 써밋은 AI 기술의 화려함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거버넌스와 윤리라는 무거운 숙제를 정면으로 마주한 자리였다"며 "오늘 논의된 날카로운 시각들이 각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전략 수립에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행사는 대한의료정보학회가 주최하고 한국보건복지인재원과 의료인공지능융합인재양성사업단, 삼성서울병원이 후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