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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투자 새틀 짠다… 구윤철 "환율 안정에 동원 아냐" [불안한 환율]

정상균 기자,

최용준 기자,

김찬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6 18:16

수정 2025.11.26 19:23

정부 '뉴프레임워크' 논의 시동
수익성·외환안정 조화이루는 방향
국민자산 끌어쓴다는 비판은 여전
서학개미 급증·수출기업 보유 탓
국내 달러수급 불안정 계속 확산
"필요땐 환전기업 인센티브 검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단일기관 최대의 달러자산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의 국내외 투자전략 틀을 바꾸기로 했다. 국민연금 수익성과 외환시장 안정을 조화시키는 구조로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를 다시 짜겠다는 것이다. 국민 노후자산인 국민연금을 환율방어에 동원한다는 비판에 대한 정부의 정면돌파이자 반박인 셈이다.

■"국민연금 동원 아니고 뉴프레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계획에 없던 외환시장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국민연금을 환율 상승에 대한 일시적 방편으로 동원하려는 목적이 전혀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구 부총리는 "국민연금의 수익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장기적인 시계에서 안정적 연금 지급이 가능한 근본적 대안으로 삼겠다"고 했다.



경제수장이 통상 환율이 이상급등할 때 "가용수단을 써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구두개입을 하지만 환율 이슈로 간담회를 자청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환율이 좀체 진정되지 않고, 국민연금 이슈가 정부 의도와 달리 흘러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는 "투기적 외환 거래와 쏠림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가 밝힌 환율 안정대책의 핵심은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다. 국민연금의 4대 가치(안정성·유동성·수익성·공공성) 중에 공공의 역할을 가장 앞에 꺼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달러 수급난이 고착되면 향후 국민연금이 대규모 해외자산을 팔 때 과도한 환율 하락으로 기금 수익률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다만 구 부총리는 뉴프레임워크에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앞서 지난 24일 기재부와 보건복지부, 국민연금, 한국은행이 모인 4자 협의체가 국민연금 뉴프레임워크 논의를 시작했다.

국민연금이 신속히 할 수 있는 방안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해외자산을 10% 이내에서 시장에 더 내놓는 전략적 환헤지, 한은과 외환을 직거래하는 통화스와프 계약 연장(올해 말까지 650억달러 한도)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국민연금의 국내외 투자구조 변경은 수익률과 직결된다. 국민과 기업들이 낸 보험료로 축적한 기금을 수익 극대화에 앞서 환율방어 수단으로 쓴다는 근본적인 의문은 충분히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국민연금 자산은 올 8월 말 기준 1322조원에 이른다. 전 세계 연기금 중 세계 세 번째이자, 국내 단일기관 중 달러자산 투자가 가장 많다. 구 부총리가 "최대 단일 외환플레이어"라고 한 이유다.

국민연금 자산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6월말 기준 4100억달러)의 배가 넘는다. 해외투자 비중은 58%로 역대 최대치를 매년 경신 중이다. 이 중에 해외주식은 486조4000억원으로 전체의 36.8%에 이른다.

국민연금 해외투자는 2010년대부터 가파르게 늘더니 2018년 30%를 돌파했다. 2021년 40%를 넘어섰고, 3년여 만에 50%까지 올라갔다.

■고환율 뉴노멀, 속 타는 정부

현재의 이례적 고환율 패턴은 달러 수급균형이 깨졌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에다 해외증시에 투자하는 국내투자자, 이른바 서학개미의 달러 환전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서학개미가 해외에 순투자한 돈(68억달러)이 우리나라가 수출해 벌어들인 무역흑자(61억달러)보다 많을 정도다. 수출업체들이 불확실성에 대비해 달러를 풀지 않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이런 대내외 사정을 잘 아는 정부도 달러 수급을 조절해 안정시킬 수단이 많지 않아 속이 탄다. 대놓고 환율방어에 나섰다가는 미국의 환율조작 시비에 휘말릴 빌미를 줄 수도 있다.

당장에 달러 수급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외환수급 주체들과 긴밀한 협력이 불가피하다. 벌어들인 달러를 금고에 넣어두고 있는 수출 대기업, 서학개미의 달러 환전을 하는 증권사들과 만나 달러 환전 쏠림 완화 등 수급안정에 기여할 것을 요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서학개미의 세제 페널티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변하면 언제든 열려 있다"고 했다. 수출기업의 환전 인센티브에 대해선 "필요하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조적으로 고환율의 뉴노멀에 가고 있다는 진단이 우세하다.
한미 간 금리 격차 장기화와 견고한 달러 강세 추세 등의 대외 여건과 맞물려 국내 경제체력 저하, 인구구조 악화, 3500억달러 대미투자로 인한 지속적인 외화 유출, 국내 산업 공동화 우려, 국내 증시 불확실성 등 복합적이다.

무엇보다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김준형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펀더멘탈(기초체력)을 키워야 하고 경제 구조개혁이 시급하다"고 했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최용준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