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청계천 의자 만든 주인공… "목적에 충실해야 좋은 디자인" [fn 이사람]

신지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6 18:38

수정 2025.11.26 18:38

송봉규 BKID 대표
'영 디자이너' 19년만에 멘토 컴백
車소재로 자외선에 강한 의자 제작
청계천 야외도서관 행사 등서 쓰여
공공디자인 넘어 항공사업 등 참여
최근 런던 거점으로 확장 본격화
송봉규 BKID 대표 디자인하우스 제공
송봉규 BKID 대표 디자인하우스 제공

"사람들은 기술보다 디자인의 언어를 더 쉽게 소비합니다. 기술은 본질이지만, 결국 사람에게 닿는 건 감성이거든요."

송봉규 BKID 대표는 26일 "디자인은 감성과 기술이 교차하는 언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BKID는 2010년 그가 삼성전자를 나와 설립한 스튜디오다. 공예부터 딥테크, 가구와 항공, 아날로그와 인공지능(AI)을 넘나드는 작업으로 존재감을 키웠고 최근엔 런던지사 설립으로 글로벌 확장도 본격화했다.

송 대표는 지난 12~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5 서울디자인페스티벌'에도 참여해 서울시 공공의자 '폼앤폼(Form&Form)'을 전시했다.

지난 2006년 '영 디자이너'에 선발됐던 그는 올해 19년 만에 멘토로 돌아와 현장에서 신진 디자이너 육성에 참여했다.

창업은 스마트폰 전환기에 이뤄졌다. 송 대표는 "2008년 아이폰이 나오면서 디자인할 게 없어지는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1000개의 기기가 1000개의 앱으로 대체되는 흐름을 체감한 것이다. 주말마다 개인 스튜디오에서 가구를 만들던 그는 하고 싶은 것이 더 많아지자 퇴사를 택했다.

BKID는 이후 공예적 로테크부터 첨단 딥테크까지 아우르는 스튜디오로 성장했다. 하이테크 영역에서는 BMW 전기차 충전기 디자인을 담당했다. 반대로 로테크 영역을 대표하는 작품이 폼앤폼이다. 자동차·스포츠 완충재로 쓰이는 발포폴리프로필렌(EPP)을 공공의자로 재해석한 것으로, 가볍고 자외선·염분에 강해 청계천 '책읽는 맑은냇가' 등 서울 시내에 7000여개가 배치됐다. 이번 행사에서도 핵심 전시물로 소개됐다.

국제 협업도 성장 축이다. 이탈리아 브랜드 알레시와 만든 텀블러 '부리'는 개발에만 3년이 걸렸다. 송 대표는 "일본은 미니멀하지만 글로벌 범용성에는 제약이 있고, 중국은 빠르게 성장했지만 세련됨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한국은 일본만큼의 세련됨과 국제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글로벌 기업이 선호한다"고 말했다.

최근엔 항공 디자인으로도 영역을 확장했다. 보잉 737 기반 비즈니스 제트 'BBJ Max'의 프리미엄 시트 디자인을 맡은 것이 계기였다. 그는 "항공은 규제가 많아 소재·무게·난연 기준까지 모두 충족해야 한다"며 "진입장벽은 높지만 지속성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런던지사 설립도 항공 프로젝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다.

AI에 대한 시각도 분명했다. 송 대표는 "이미지를 만드는 건 너무 쉬운 일이 됐지만, 경쟁자는 AI가 아니라 AI를 익힌 사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미지가 넘칠수록 취향과 방향성의 가치가 커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제조 해외이전 흐름도 주요 화두다. 생산기지가 나가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이지만, 디자인과 연구개발(R&D)은 여전히 한국에 남아야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20년 가까운 활동을 돌아보며 그는 "좋은 디자인은 목적에 충실한 디자인"이라고 정리했다.
사용성은 사용성에, 콘셉트는 상상력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BKID가 강조하는 '창의적 프로세스와 전략적 적용'도 같은 맥락이다.
결과물이 목표에 정확히 닿아야 의미가 생긴다는 철학이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