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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해운·조선업계, 첫 선박 공동 개발..'조선업 부활'에 맞손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6 19:05

수정 2025.11.26 22:14

일본 정부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자국 조선업 통합·합병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자료 사진에서 지난 4월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이 일본 도쿄타워를 뒤로 하고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본 정부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자국 조선업 통합·합병을 허용할 방침이라고 일본 언론이 14일 보도했다. 자료 사진에서 지난 4월 컨테이너를 실은 선박이 일본 도쿄타워를 뒤로 하고 떠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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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해운 대기업 3사가 차세대 선박 개발을 위해 일본 조선 대기업들이 공동출자한 선박 설계회사에 자본 참여한다. 일본에서 해운사와 조선사가 자본 조달을 통해 선박을 함께 개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업계가 손잡고 차세대 선박 공급망을 구축해 중국과 한국에 밀려 열세에 처한 일본 조선 산업을 부활시킨다는 전략이다.

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우선, 쇼센미츠이, 가와사키키센 등 일본 해운 3사는 '마일즈'에 자본 참여하기로 했다.

'마일즈'는 지난 2013년 이마바리조선과 미쓰비시중공업이 공동 출자한 선박 설계회사다.

현재 미쓰비시중공업이 51%, 이마바리조선이 49%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해운 3사가 이마바리조선의 지분 일부를 양도받는 방식이 검토되고 있다"며 "해운 3사의 출자 비율은 동일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마일즈는 설립 초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설계 및 판매가 목적이었다. 현재는 LNG와 메탄올, 암모니아 등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상선과 이산화탄소(CO2) 포집 및 저장(CCS)에 활용되는 액화 CO2 운반선 등 차세대 선박을 개발 중이다.

해운 3사와 함께 미쓰비시중공업 자회사인 미쓰비시조선, 이마바리조선, 재팬마린유나이티드, 이마바리조선과 JMU가 출자한 재팬십야드 등 총 7개사는 지금까지 액화 CO2 운반선 개발에서 협업 관계에 있었다.

해운 3사가 이번 출자에 나선 이유는 마일즈를 일본 조선 설계의 ‘공통 기반’으로 발전시키려는 의도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반적으로 상선은 선박마다 해운회사나 선주의 요구에 맞춰 조선회사가 주문 제작한다. 발주 측은 선박을 차별화할 수 있지만 조선사는 선형이 모두 달라 생산 효율을 높이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해운 3사는 이번 출자를 통해 자사들의 요구를 차세대 선박 설계에 반영하는 한편 액화 CO2 운반선 이외의 선종에도 공동 개발 체제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선박 설계를 공통화해 국내 다른 조선회사에도 폭넓게 판매, 양산 효과를 높이고 일본 조선 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이번 움직임은 해운과 국내 조선의 결속을 더욱 강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일본우선은 출자 뿐 아니라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우선 발주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공동 개발 중인 액화 CO2 운반선의 국내 조달을 염두에 두고 있다.

소가 다카야 일본우선 사장은 “조선소가 재활성화되는 과정에서 일본의 해운회사로서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발주량은 국내 조선소의 생산 여력을 보면서 조정할 방침이다.

현재 일본 조선소에서의 건조가 중단된 LNG 운반선에 대해서도 일본 내에서 발주할 수 있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일본우선은 오는 2028년도까지 현행보다 약 40% 늘린 130척 규모로 선대를 확대할 방침이다. 현재 대부분 중국과 한국에 발주하고 있는데 일본에도 발주를 돌리는 방향으로 조정을 진행 중이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 21일 마련한 경제 대책에서 선박을 경제안전보장추진법의 ‘특정 중요물자’로 지정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선박 건조량을 오는 2035년까지 2024년 대비 건조량을 두 배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조선 분야에 10년 기간의 기금을 조성해 민관 합쳐 총 1조 엔 규모를 투자할 예정이다.

해운 업계에서도 “정부 지원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업계를 활성화하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선업은 일본의 경제안보뿐 아니라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도 연계돼있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1970~80년대 세계 건조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했던 일본은 한국과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2024년에는 약 10% 수준까지 점유율이 떨어졌다.

일본 조선업이 부진한 이유 중 하나로 설계 공통화의 지연이 꼽힌다.
조선 세계 점유율 1위인 중국은 설계 부문을 상하이선박연구설계원(SDARI)에 집중시키고 있으며 이는 생산 효율 향상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