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HD현대케미칼 통폐합 결정
지역 경제도 살리는 선순환 기대
지역 경제도 살리는 선순환 기대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대산 석유화학단지의 나프타분해시설(NCC)을 통폐합하기로 결정했다. 석유화학 업계 1호 구조조정 사례다. 지난 8월 10개 석화기업이 자율협약을 맺은 뒤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못했는데, 이번 합의로 업계가 제시한 감축목표의 약 3분의 1을 달성하게 됐다.
이번 합병은 추가 통폐합 작업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국가 석화산업 구조조정을 완료하려면 대산 외에 여수와 울산 산단에서의 대형 빅딜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구조조정 목표를 달성하려면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각 기업들이 서로 눈치만 보며 시간을 끌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해진 시한에 맞춰 성과에 집착하는 우를 범해선 안 된다.
먼저,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려면 기업들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단순히 설비를 폐쇄하고 인력을 감축하는 방식만으론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기 어렵다. 기업들이 수용 가능한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 구조조정을 유도할 수 있는 인센티브도 보장돼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석유화학산업의 구조적 어려움을 고려해 역량을 집중해 이번 기업결합을 신속하게 심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더 중요한 것은 규모 축소를 넘어 산업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단순히 과잉설비를 줄이는 데 그칠 게 아니라 중국과의 가격경쟁에서 살아남을 산업구조로 재편돼야 한다. 고부가가치 제품과 친환경 소재로의 전환, 핵심기술 확보, 글로벌 공급망 다변화 등 중장기 경쟁력 강화 방안이 구조조정과 병행돼야 하는 이유다. 양사가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사업 구조로의 전환을 함께 추진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하다.
특히 이번 구조조정은 단순히 기업의 생존 문제에 그치는 사안이 아니다. 기업들이 위치한 지역경제 회생의 열쇠이기도 하다. 대산, 여수, 울산 등 석화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지역들은 석화기업들과 경제 운명공동체와 같다.
최근 몇 년 새 석화업계가 위축되면서 지역경제도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석화업종이 어려워지자 지역 고용이 줄고, 협력업체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급기야 지역에 돈이 돌지 않아 지역상권 침체로 이어지며 지역경제 뿌리를 뒤흔들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을 통해 석화산업이 경쟁력을 되찾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이 돌아오길 바란다.
석유화학은 우리 경제의 핵심 기간산업이다. 이번 구조조정 1호 사례를 발판 삼아 여수와 울산에서도 조속히 합의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당장의 설비 감축과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때 국내 석화산업과 지역경제의 지속가능한 미래가 보장된다. 그러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의 긴밀한 협의와 조정이 절실하다.
정부는 강력한 드라이브와 함께 기업들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부처들도 협력하여 구조조정 과정의 걸림돌을 신속하게 치워야 한다.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 기업들이 구조조정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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