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태현 기자 = 배우 김영철이 선배 연기자 고(故) 이순재의 넋을 기렸다.
27일 오전 5시 30분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는 고 이순재의 영결식과 발인이 엄수됐다. 영결식의 사회는 배우 정보석이 봤으며, 김영철과 하지원이 추모사를 맡았다.
이날 영결식에는 배우 김나운, 김영철, 박상원, 이무생, 이원종, 유동근, 유인촌, 유태웅, 원기준, 최수종, 정태우, 정일우, 정준호, 정동환, 정준하, 방송인 장성규 등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TBC 시절부터 이순재와 인연을 맺었던 김영철은 추모사에서 "어떤 하루를 없던 날로 지울 수 있다면, 그날 그 새벽을 잘라내고 싶다"라며 "오늘 이 아침도 지우고 싶다"라고 말하며 침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김영철은 "거짓말이었으면, 드라마 한 장면이라면 얼마나 좋겠는가"라며 "'오케이 컷' 소리에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다들 수고했다, 오늘 정말 좋았어'라고 해주시면 어땠을까"라고 말하기도.
이어 김영철은 "선생님은 우리에게 연기의 길을 보여주셨지만, 그보다 먼저 사람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알려주신 분이셨다"라며 "선생님의 눈빛 하나 짧은 끄덕임 하나가 후배들에게는 '괜찮다, 잘하고 있다'는 응원이었다"라고 얘기했다
김영철은 "선생님, 기억하십니까, 어느 날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다"라며 "영철아, 하루하루를 살아낸다는 게 결코 만만치가 않다, 항상 겸손하고 늘 진심으로 살아야 한다'라고, 그 따뜻한 말씀이 얼마나 큰 힘이 됐는지 인제야 그 울림의 깊이를 알 것만 같다"라고 하며 눈물을 훔쳤다.
또한 김영철은 "선생님은 현장에서도 늘 똑같은 분이셨다"라며 "상황이 어떻든 누구 앞이든 항상 품위와 예의를 지키셨다, 그 한결같음 속에서 많은 사람이 위로를 받았고 조용히 배웠다"라고 했다.
김영철은 "선생님은 모두 아득하게 모든 사람을 바라보셨다. 누가 힘들어 보이면 말없이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시고 말보다 눈빛으로 더 많은 것을 건네셨다"라며 "저는 지금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한다, 미묘하지만 그 큰 온도가 많은 후배들의 하루와 인생을 바꿔놨다, 평소 보여주신 삶에 대한 자세, 일에 대한 태도, 사람을 대하는 너그러움과 엄격함이 우리 모두 안에 자리 잡아 앞으로를 밝힐 거다"라고 얘기했다.
아울러 김영철은 "오랜 시간 우리 잘 이끌어주셨고 이제 모든 걸 놓으시고, 편안히 쉬시기를"이라며 "저와 같은 많은 후배들은 선생님을 오랫동안 기억하겠다, 감사했고 존경했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이 그리울 거다, 선생님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말해 모두의 슬픔을 어루만졌다.
이순재는 지난 25일 새벽 91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이순재는 지난 1934년 11월 함경북도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대 철학과 재학 중 1956년 연극 '지평선 너머'로 데뷔했다. 이후 '나도 인간이 되련다', '사모곡', '풍운', '보통 사람들', '동의보감', '사랑이 뭐길래', '목욕탕집 남자들', '허준', '상도', '내 사랑 누굴까', '이산', '엄마가 뿔났다', '베토벤 바이러스', '공주의 남자', '돈꽃', '개소리' 등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이순재는 연극 무대에도 애정을 보였다. 데뷔작 '지평선 너머'를 시작으로 '로미오와 줄리엣', '청기와집', '말괄량이 길들이기', '베게트', '우리 읍내', '춘향전', '빠담빠담빠담', '세일즈맨의 죽음', '돈키호테', '앙리 할아버지와 나', '그대를 사랑합니다', '리어왕' 등에 참여하는 등 꾸준히 다작하며 배우로서 존재감을 발산했다.
특히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 '지붕 뚫고 하이킥'으로 이어지는 '하이킥' 시리즈와 예능 '꽃보다 할배'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가기도 했다.
또한 이순재는 1991년 정계에 입문한 뒤 1992년 14대 총선에 민주자유당 후보로 출마해 서울 중랑 갑 지역구에서 당선, 국회의원으로도 활동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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