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尹정부 의대증원 연 2천명 졸속 산출"..단순 나누기로 계산
지난 2023년 6월 조규홍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윤 전 대통령에게 '매년 500명' 증원안을 내놨으나,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늘려야 한다"며 사실상 재검토 지시를 했고 이에 이관섭 전 정책실장(당시 국정기획수석)이 꺼낸 수치가 연간 2000명이었다.
복지부는 당시 3개 기관의 연구 논문을 토대로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가 부족한 것으로 판단했다.이 전 실장은 이를 토대로 "1만명 나누기 5를 해서 2000명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에 진술했다.
감사원은 시점과 조건이 다른 현재와 미래에 부족한 의사 수를 단순 합산했다고 지적했다. 현재 부족한 의사 수가 5000명이라고 해도 이를 인구구조 변화 효과를 반영해 보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부족한 의사 수는 의사 인적 구성, 근로행태, 기술 발전 등 구조적 요인을 반영한 가정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라고 짚었다.
복지부에서도 지난 2023년11월 내부적으로 초저출산, 근로시간 감소, 고령층 의료이용 감소 추세 등 최신 경향을 반영한 결과 부족 의사 수가 1만650명에서 5841명으로 줄어든다는 추계를 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국정기획수석은 이를 보고받고 수급 추계는 가정에 따라 변동이 심해 새 가정을 추가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는 윤 전 대통령의 강력한 증원 의지 때문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증원 규모 논의 초기인 지난 2023년 6월 조 전 장관은 윤 전 대통령에 2025~2030년 500명 증원안을 보고했지만 윤 전 대통령은 "1000명 이상은 늘려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같은 해 10월에는 2025~2027년 1000명, 2028년 2000명 증원안이 보고됐으나 윤 전 대통령은 "충분히 더 늘려야 한다"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어 조 전 장관은 2023년 12월 윤 전 대통령에게 '900명으로 시작하는 단계적 증원안'과 '2000명 일괄 증원안'을 보고했다. 이를 두고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안에 반대 의사를 명확히 했다.
윤 전 대통령은 단계적 증원시 '증원 단계마다 갈등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반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원 관계자는 "대통령 의중이 강했던 이유는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면 사회적 비용이 든다는 취지로 계속 이야기했다고 한다"라며 "본인 임기 중에 해결하려는 의지도 있었다는 진술도 있었다"라고 했다.
증원 결정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정부는 의협 측에 미리 이 숫자를 알리지도 않은 것으로 조사 결과 나타났다.
당시 복지부 내부 논의 과정에서 "의사단체나 협의체에 (2천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하면 바로 파업이 일어날 것이다", "의협도 먼저 (적정한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았는데 왜 정부가 먼저 제시해야 하느냐" 등의 의견이 나왔다고 한다. 감사원은 이를 두고 "책임 있는 정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역술인 개입설에 대해서는 감사원은 선을 그었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역술인 '천공' 등이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 바 있으나 감사원은 "'2천명'이라는 숫자를 처음 말하기 시작한 것은 이 전 실장이며 역술인 개입은 없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관련됐는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지만, 감사원은 "김 여사까지 조사하진 않았다"고 답했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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