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탈모 환자가 1년 기준 24만 명에 이르는 가운데,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 자생하는 보리밥나무에서 모발 성장의 핵심 세포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과학적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두피 환경 개선 위주의 관리가 주를 이뤘던 탈모 케어 시장에 모근 단계에서 작용하는 국산 기능성 소재가 제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탈모로 외래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24만 명이다. 이 가운데 40·50대가 9만 300여 명, 20·30대가 10만 3천여 명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수치는 탈모 관리가 중장년층 남성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젊은 세대까지 폭넓게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가 연구기관인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하 산림과학원)은 ‘보리밥나무추출물 시험제품의 탈락 모발 수, 두피 탄력, 두피 보습, 모발 밀도, 모발 굵기, 모발 길이에 대한 인체적용시험’을 진행해 보리밥나무 추출물이 모발 성장 및 발달의 핵심인 모유두세포(Dermal Papilla Cell)를 강화하는 효과가 있음을 입증했다고 밝혔다. 모유두세포는 모낭 최하단에 위치해 모발 생성과 성장을 시작하는 핵심 세포로, 이 기능을 활성화하는 것은 탈모 완화의 근본적 출발점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동안 모유두세포 활성을 직접적으로 촉진한다고 명확히 확인된 성분은 많지 않았다.
산림과학원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리밥나무 추출물은 10㎍/㎖ 농도에서 모유두세포 활성을 150%, 30㎍/㎖ 농도에서 최대 175%까지 증가시키는 효과를 보였다. 모유두세포 강화의 지표가 되는 주요 바이오마커인 β-catenin과 ALP 역시 유의미하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결과가 보리밥나무 추출물이 모발 성장 신호를 담당하는 세포 단계에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인체 적용 시험에서도 탈모 관련 지표 전반에서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12주 동안 시험제품을 사용한 결과, 사용 전 평균 194.3개였던 탈락 모발 수는 75.2개로 줄어 61.3% 감소했다. 모발 밀도는 1㎠당 112.7개에서 118.6개로 5.2% 증가했고, 모발 굵기는 평균 12㎛ 두꺼워지며 12.6% 상승했다. 두피 탄력은 CoR 값 기준 0.565에서 0.649로 14.9% 개선됐으며, 모발 길이도 평균 97㎛ 더 자라 17.1% 증가했다. 탈락 모발 수, 모발 밀도와 굵기, 두피 탄력 등 주요 지표 전반에서 개선이 확인되면서, 보리밥나무 추출물이 자생 식물 기반 기능성 원료로서 활용 가능성을 갖는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한 산업계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헤어·두피 전문 브랜드 닥터방기원은 산림과학원과 기술이전 협약을 체결하고, 보리밥나무가지추출물(특허 제10-2597791호)을 적용한 샴푸 제품을 선보였다. 기존 탈모 샴푸들이 주로 피지 조절이나 두피 청결 유지 등 환경 개선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해당 제품은 모발 성장의 출발점인 모유두세포 강화를 목표로 한 점을 특징으로 내세운다.
닥터방기원에 따르면 프리미엄 라인업인 ‘닥터방기원 보리밥나무 바이오 탈모 샴푸’에는 보리밥나무가지추출물 200ppm이, 올인원 케어 제품인 ‘닥터방기원 보리밥나무 탈모 샴푸’에는 100ppm이 함유돼 있다. 새로 돋아난 잔가지만을 선별해 200시간 숙성 공법을 적용함으로써 유효 성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도록 제조 공정을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브랜드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단순한 두피 세정이나 일시적인 볼륨 개선이 아니라, 과학적 근거가 확보된 모근 강화 솔루션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보리밥나무 추출물이 국내 연구기관이 개발하고 효능을 검증한 소재라는 점을 강조하며, 연구 기반 제품 개발을 지속하고 온·오프라인 유통망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혀 나가겠다고 밝혔다.
탈모 환자 수 증가와 함께 기능성 탈모 완화 제품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보리밥나무와 같은 자생 식물 유래 소재가 향후 국내 탈모 케어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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