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제약

치매예방약 '콜린' 급여축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부담 증가 우려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7 15:57

수정 2025.11.27 15:59

검증된 예방 치료 감소에 따른 치매 의료비 부담 증가 전망
고가 건기식 풍선효과로 환자 부담 확대 및 조기 진단 지연 등 부작용도

치매예방약 '콜린' 급여축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부담 증가 우려
[파이낸셜뉴스] 치매예방약으로 알려진 콜린알포세레이트(콜린) 제제의 급여 축소 결정이 단기적 재정 절감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신경과 전문의들은 20여년 간 활용된 급여 약제가 축소된다면 근거가 부족한 고가의 건기식에 풍선효과가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27일 의료계에 따르면 콜린 급여 축소의 가장 큰 부작용은 건기식 시장의 급격한 확장이 꼽힌다. 단기 재정 효율화 취지와 달리, 검증된 치료 접근성이 약해지면 개인 의료비 지출과 사회적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비판이다.

특히 시중 건기식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포스파티딜세린이나 은행잎 추출물 등은 콜린에 비해 임상 근거가 현저히 낮다.

은행잎 추출물은 함량에 따라 일반 의약품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인지기능 개선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재평가 대상으로 지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뇌기능 개선’등 기능성을 표방하며 대부분 고가로 판매되고 있어서 급여 약제 접근성이 떨어지면 오히려 환자 부담이 증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또 환자들이 고가의 건기식만 믿고 병원 방문을 미루게 되면 조기 진단이 지연되는 부작용도 생길 수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급여 축소는 재정 효율화를 위한 조치지만, 의료 시스템 밖에서 관리되지 않는 소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검증되지 않은 제품에 국민이 스스로 비용을 지출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치료 접근성이 낮아지면 치매 전환 위험이 높아져 사회적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1733만원, 생애 누적 비용은 약 2억원 수준이다. 국내 경도인지장애 환자 약 300만명 중 매년 10~15%가 치매로 전환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예방적 치료 접근성 약화는 의료·돌봄 지출 전반의 확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지금 논점은 특정 약제가 아니라 ‘검증된 치료에 대한 접근성’의 문제”라며 “예방 치료가 흔들리면 진단 지연, 건기식 소비 증가, 치매 전환률 상승이 겹쳐 장기적 부담은 훨씬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단기 재정 중심의 정책이 예방 의료의 가치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근거 기반 치료 접근성 유지와 조기 진단·치료 활성화가 국민 의료비 절감의 핵심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현재 의료현장에서 급여 축소 직후 우려되던 처방 급감 현상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확보되고 있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처방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 학회에서 발표된 CARL 연구에서는 콜린 투여군이 위약군 대비 해마·편도체·대뇌피질의 위축 속도가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일상생활 수행능력(ADL)과 인지·행동 복합지표(APCS) 역시 개선된 것으로 보고됐다. 국내 코호트 분석에서도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치매 전환 위험이 감소한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콜린 제제를 대체할만한 약제가 없는 요인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은행엽 추출물, 니세르골린 등 대체제로 거론되는 약제들이 근거 수준에서 콜린을 대체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한 전문의는 “실제 의료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치료 옵션이 많지 않다”며 “콜린 제제는 임상적으로 여전히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있고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들이 신뢰를 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러 신경과 전문의들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비용 상승보다 인지 기능 유지에 대한 기대를 더 크게 두고 있어 복용 지속률도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경도인지장애 환자들은 치매 진행을 늦춘다는 실제 치료 경험을 더 중요하게 본다”며 “선별급여 이후에도 체감되는 처방 감소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