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성분명 처방, 국민의 인식 여전히 낮아" 주장
[파이낸셜뉴스] 대한의사협회는 ‘성분명 처방’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아직 낮은 수준이고, 대부분의 국민들은 의사가 처방한 약을 원한다는 내용의 여론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27일 의협 범의료계 국민건강보호 대책특별위원회 성분명 처방 국민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성분명 처방 의무화 법안에 대해 국민 절반(44.5%)이 “들어본 적 없다”고 답했다.
법안 내용을 “잘 알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15.4%에 그쳤다. 의협은 성분명 처방을 둘러싼 논란이 의료계의 주요 이슈로 떠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민 인식은 여전히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는 의협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전국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의협은 조사 결과 국민 다수가 기존 제도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고 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고, 현행 제도상 약사가 처방약을 변경할 수 있는 ‘대체조제’ 제도에 대해 내용을 정확히 이해한 ‘상세 인지층’은 17.5%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주목되는 대목은 대체조제 후 부작용 발생 시 법적 책임 구조에 대한 오해인데, 약사가 다른 약으로 교체해 조제했을 때 부작용이 생기더라도 의사에게는 법적 책임이 없다는 현행 규정에 대해, 국민 57.1%가 “전혀 몰랐다”는 응답을 했다고 밝혔다.
처방약 선택 기준에서도 국민 고민은 명확했다. 가격 요소를 제외하면 국민 70.2%가 ‘의사가 처방한 약’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반면 약국에서 대체조제된 약을 선호하는 비율은 7.3%로 크게 낮았다. 의사 처방에 대한 신뢰가 여전히 높다는 의미다.
약품 품절이나 감염병 대유행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원내 조제에 대한 선호가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응답자 10명 중 7명(70%)이 ‘병원 내 조제’를 찬성했으며, 환자가 병원 조제와 약국 조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의약분업 선택제’에도 74.2%가 찬성했다. 2000년 의약분업 도입 이후 25년이 지났지만, 국민은 여전히 제도 유연화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의협은 이번 조사 결과가 성분명 처방 논의에 앞서 반드시 확인돼야 할 “국민의 실제 요구”를 드러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규석 홍보위원장은 “성분명 처방은 약 선택 주체가 바뀌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없었다”며 “약화 사고 책임 구조와 국민 안전 문제를 배제한 단순 도입 논의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황 위원장은 “의약분업 시행 이후 국민은 병원·약국을 오가는 불편과 중복 비용을 감수해 왔다”며 “현 제도에 대한 재평가도 없이 의약분업 근간을 흔드는 법안이 등장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의협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부 및 국회와의 정책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의협 관계자는 “정확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국민 건강을 최우선에 둔 정책이 마련되도록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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