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AI 투자 예외적으로 금산분리 완화해 자금조달 길 터야" ['금산분리'에 발묶인 AI 경쟁력 <하> 전문가 진단]

정원일 기자,

이주미 기자,

박소현 기자,

이동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7 18:16

수정 2025.11.27 19:43

산업·금융 경계 허물어진 시대
금산분리 낡고 너무 강한 규제
국회가 과감하게 결론 내려야
은산분리는 유지하되
신산업에 예외적 접근
기업 자본조달 손쉽게
CVC·GP 규제 손봐야
美·中과 경쟁하려면
지주사 요건 완화를
CVC 규제 너무 강해
자회사 GP 허용 필요
"AI 투자 예외적으로 금산분리 완화해 자금조달 길 터야" ['금산분리'에 발묶인 AI 경쟁력  전문가 진단]
"AI 투자 예외적으로 금산분리 완화해 자금조달 길 터야" ['금산분리'에 발묶인 AI 경쟁력  전문가 진단]
기업이 수백조원 규모의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에서 신속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금산분리를 규정한 공정거래법을 완화하자는 제언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미 산업과 금융의 경계가 허물어진 빅블러 시대에 접어들면서 산업자본과 금융자본을 구분하는 금산분리가 '낡은 규제'라고 지적한다.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규정을 손질하거나 기업들이 자회사 형태로 운용사(GP)를 만드는 혁신투자를 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규제당국이 원칙론을 강하게 고집하면 AI 투자 등 첨단산업 영역에서 예외적으로 공정거래법 요건을 조정하는 '제도적 유연성'을 확보해 혁신투자를 지속하자는 견해도 있다.

■낡은 규제가 자본조달 막아

학계 전문가들은 27일 기업들이 대규모의 자본을 조달할 수 있도록 '낡고 지나치게 강한' 규제인 금산분리를 풀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당국과 금산분리법 개정에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가 '자본조달' 관점에서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 완화에 대한 과감하고 신속한 결론을 내려달라는 것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사가 CVC를 두려면 지분 100% 완전 자회사 형태여야 한다. 펀드조성 시 외부자금 비중은 40% 이내로 제한된다. 부채비율도 자기자본의 200% 이내로 제한되며, 총수 일가의 지분을 보유한 기업이나 그룹 계열사에는 투자할 수 없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금산분리 규제는 너무 강하다. CVC만 봐도 소유·조달·차입·운용 전반에 규제를 강하게 두는 나라는 없다"면서 "기업들이 자회사 형태로 GP를 만들어 혁신 벤처기업, 산업 인프라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면 시너지가 더 크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도 "기업들의 요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할 수 있도록 풀어달라는 것이 아니라 자본조달을 위해 숨통을 열어달라는 것"이라면서 "기업들이 자본조달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CVC 규정을 풀고 GP를 허용해줘야 한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금산분리의 입법 취지인 특정 기업에 경제력 집중을 방지하고, 계열사를 통한 편법 우회대출 지원을 막는 것이 AI 시대에 기업의 혁신투자와 글로벌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했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AI발 산업혁명 시대에 미국과 중국은 빅테크를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면서 "이들에 비해 한국 대기업은 규모 싸움에서 상대가 되지도 않는다. 미국에는 일반 지주사가 은행을 제외한 금융사를 가질 수 있다"고 짚었다.

■AI 투자에 예외적 접근… 제도 설계 '묘수' 찾아야

금산분리를 당장 전면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어렵고, 예외조항을 통해 실질적 투자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현실적인 조언도 나왔다. 금산분리 구조 전체를 흔들기보다는 부작용을 방지하면서 혁신투자는 살리는 제도 설계의 묘를 발휘하라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금산분리에서 특히 은산분리는 도덕적 해이 방지 차원에서 유지돼야 하고, 우리나라도 이를 전면적으로 폐지하기는 어렵다"면서 "AI 투자 확대 등 새로운 산업적 필요가 생기는 영역에서 예외적인 접근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을 가능하게 만든 특별법처럼 일정한 조건에서 예외조항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AI 분야에 적어도 30% 이상을 투자하는 국민성장펀드(150조원 규모)에서 대기업이 자금을 유치하려면 공정거래법 요건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식 교수는 "해당 규정 때문에 기업들이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증손회사를 통한 AI 투자를 진행하기 어렵다"며 "이를 해결하려면 AI 분야에 한정해 예외 조항을 도입하거나 공정거래법상 요건을 일부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이주미 박소현 이동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