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분기 551억달러 순유출
美·유럽 등 투자 회의론 커져
초모멘텀 산업이 자금 블랙홀
美·유럽 등 투자 회의론 커져
초모멘텀 산업이 자금 블랙홀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ESG 펀드는 올해 3·4분기에만 551억달러가 빠져나가 분기기준 사상 최대 유출 규모를 나타냈다. 특히 유럽에서만 510억달러가 감소했는데, 이는 한 연금기관이 기존 ESG 펀드를 위탁 운용 계좌로 전환하면서 단일 계좌에서만 480억달러를 인출한 영향이 컸다.
증시 전문가들은 ESG 투자 전반에 대한 회의론이 확대된 점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글로벌 기업들의 '그린워싱' 논란이 반복되면서 ESG 평가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흔들렸다. 특히 미국 정치권에서는 ESG 투자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해지면서 일부 공적 연기금이 ESG 펀드 비중을 축소하는 흐름도 나타나고 있다.
신영증권 오광영 연구원은 "정치적 반발이 ESG 시장 성장세에 뚜렷한 제동을 걸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ESG 유형 펀드는 10월 들어 3개월만에 순유출을 기록했다. 주식형 ESG 펀드에서도 차익 실현성 환매가 늘며 일부 유형에서 자금이 이탈했다.
반면 지난 10월 한 달 동안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는 1조1533억원이 순유입됐다. 이는 올해 5월을 제외하고 자금이 꾸준히 몰렸다. 특히 반도체, 전력기기, 조선, 고배당 등 정책 모멘텀과 실적 기반 업종 ETF로의 쏠림이 강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단기에 그치고 않고 구조적 자금 재배치의 신호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글로벌 금리 변동성 확대 등은 ESG 산업 전반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반면 에너지 부족 우려와 AI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로 전력 인프라, 반도체, 원자력 등은 단기·중기 성장 모멘텀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실제 글로벌 펀드플로우를 보면 AI 인프라, 반도체, 전력기술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자금 유입이 이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TIGER K-반도체', 'TIGER K-전력기기', 'TIGER K-조선', 'TIGER K-고배당 ETF' 등 정책, 실적 테마 중심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ESG 펀드 순유출은 시장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거나 정책적으로 밀어주는 분야'로 자금이 이동하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AI, 반도체, 전력인프라, 조선 등은 단기간에 실적 개선이 가능하다는 기대가 반영되고 있는 반면, ESG는 평가 방식과 규제, 정책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다"고 덧붙였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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