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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인터뷰] 서유정 "새로운 사랑이요? 들어와 들어와!"

뉴시스

입력 2025.11.28 07:15

수정 2025.11.28 07:15

[서울=뉴시스] 서유정. (사진=서유정)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유정. (사진=서유정)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전재경 기자 = 서유정(47)은 시원시원했다. 29년 차 여배우에게서 깍쟁이 같은 내숭은 찾아볼 수 없었다.

27일 용산의 한 수산시장. 인터뷰 도중 게스트로 도착한 예지원에게 대뜸 "언니, 나랑 패션 똑같은데? 가방 나 줘!"라며 큰 목소리로 반기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엄마'였다.

결혼과 이혼, 긴 공백기라는 굵직한 파도를 지나온 서유정은 최근 유튜브라는 낯선 바다에 뛰어들었다. 채널명부터 남다르다.

'유정 그리고 주정'. 술 한 잔에 속내를 털어놓는 그의 영상은 꾸밈이 없다. 2000여 명에 불과한 구독자들을 "귀한 분들"이라 부르며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채널을 키우고 있다.

유튜브 채널 '유정 그리고 주정'은 콘셉트부터 기존 배우 이미지와 거리가 멀다. 화려한 조명 아래 와인을 기울이는 우아한 브이로그를 떠올렸다면 오산이다. 서유정의 꾸밈없는 모습이 담긴 이 술방이 시작된 계기는 의외로 아프리카 봉사 현장이었다.

"작년에 아프리카로 봉사활동을 다녀왔는데, 거기서도 제가 참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핵사이다' 모습을 보였나 봐요. 제작진이 그 꾸밈없는 모습을 보고 '이거다!' 싶어서 유튜브를 제안했죠. 연기할 땐 늘 캐릭터에 갇혀 있었는데, 유튜브는 제 마음대로 '주정'을 부려도 되니 너무 재밌는 거죠.(웃음)"
[서울=뉴시스] 서유정. (사진=유튜브 유정 그리고 주정 캡처)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유정. (사진=유튜브 유정 그리고 주정 캡처)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채널명은 '주정'이지만, 정작 독한 술은 못 마신단다. "소주는 입에도 못 대요. 대신 맥주파죠. 기분 좋으면 끝도 없이 들어가는데, 예전에 개그맨 고명환 선배랑 '필' 받아서 둘이 맥주 10병 넘게 마신 적도 있어요." 하지만 그가 유튜브를 통해 진짜 얻고 싶은 건 술기운이 아니라 소통이다.

"공백이 너무 길었어요. '미스터 션샤인' 끝나고 5년 쉬고, '붉은 단심' 잠깐 하고…그러다 보니 90년대생 친구들은 절 아예 모르더라고요. 잊혀져 가는 입장이었죠. 지금 구독자가 2000명 남짓인데, 저에겐 정말 한 분 한 분이 귀해요. 바닥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이죠."

유튜브라는 날것의 세상에 뛰어드는 것이 두렵지는 않았을까. 특히 이혼이라는 개인적인 아픔을 겪은 후,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더욱 큰 용기가 필요했을 터다.

"처음엔 무서웠죠. 내 말 한마디가 왜곡되진 않을까, 혹시나 '엄마가 저래서 아이는 어떻게 키우냐'는 비난이 쏟아지진 않을까, 일어나지 않은 일들까지 상상하며 걱정했어요. 이혼 이야기를 꺼낼 때도 두려웠고요."

하지만 서유정은 생각보다 훨씬 단단해져 있었다. 그는 악플러의 날 선 말보다, 자신을 응원해 주는 목소리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저한테 악플 다는 분들의 감정에 휘둘려서, 저를 예쁘게 봐주시는 고마운 분들의 마음을 놓치고 싶지 않더라고요. 예전 같았으면 무너졌을 텐데, 이제는 '욕할 사람은 욕해라, 나는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과 간다'는 마인드죠."

서유정의 이런 변화 중심에는 딸 '송이'가 있다.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딸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눈빛이 장난기로 찼다.

"하루는 딸이 제 유튜브를 보더니 대뜸 '토~해!' 하고 소리치는 거예요. 영상 속에서 신지훈 씨랑 '토마토'로 말장난하던 걸 그대로 따라 하는 거죠. 딸이 끼가 보통이 아니에요. 요즘은 장래희망이 수학 선생님 아니면 아이돌이라는데, 제가 속으론 '아이돌 감은 아닌 것 같은데' 하면서도 겉으론 '오! 멋있어' 해줘요.(웃음)"

물론 싱글맘으로서 홀로 육아를 감당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서유정은 그 고충마저 솔직하게 고백했다.

"혼자 육아하다 너무 지쳐서 욱하고 화낼 때가 있잖아요. 그러고 나면 꼭 아이에게 사과해요. '엄마가 힘들어서 그랬어, 미안해'라고. 그러면 딸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저를 안아주며 '괜찮아' 해주는데, 그럴 때마다 제가 더 위로받고 단단해집니다."
[서울=뉴시스] 서유정과 딸. (사진=서유정)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유정과 딸. (사진=서유정)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유정은 인터뷰 내내 거침이 없었다. 최근 유튜브를 통해 직접 고백해 화제가 됐던 금전 사기 피해 사실을 언급할 때도 특유의 'MBTI 유머'로 승화시켰다.

"사기당한 거요? 200여만 원 정도였지만 속상했죠. 근데 제가 극 F(감정형) 성향인 ISFJ거든요. 사기꾼들이 다 T(이성형)인가 봐요. F였으면 불쌍해서라도 돌려줬을 텐데.(웃음) 예전엔 끙끙 앓았는데, 이젠 '돈 없으면 없는 대로, 벌면 갚을게' 하고 털어버려요."

재혼이나 새로운 만남에 대해서도 닫혀 있지 않았다. "아프고 울고 괴롭던 시간은 다 지났다"는 그의 말에서 내공이 느껴졌다.

"이제는 뭐, 들어올 사람은 들어오고 떠날 사람은 떠나보내는 거죠. (양팔을 벌리며) 들어와, 들어와! 열려 있습니다. 하하."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일까. 서유정의 유튜브 채널에는 김옥빈, 마츠다, 허영생 등 연예계 동료들이 기꺼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구독자 수와 상관없이 오로지 '인간 서유정'을 믿고 달려와 준 의리파들이다.

"구독자 2000명 채널에 나와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다들 흔쾌히 '도와줄게' 하고 달려와 줬어요. 제가 남편 복은 몰라도 인복은 타고난 것 같습니다.(웃음)"
[서울=뉴시스] 김옥빈, 서유정. (사진=유튜브 유정 그리고 주정 캡처)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옥빈, 서유정. (사진=유튜브 유정 그리고 주정 캡처) 2025.11.2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인터뷰 말미, 서유정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었다. 거창한 목표 대신 '수영 배우기'라는 소박한 다짐이 돌아왔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배우로서의 갈증도 여전히 존재했다.

"연기 다시 해야죠. 대사 외우는 게 예전 같지 않아서 걱정이긴 하지만, 유튜브를 통해 저의 솔직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드리면서 자연스럽게 연기 활동으로도 이어가고 싶어요. 예전엔 신비주의에 갇혀 있었다면, 이젠 실수하면 실수하는 대로, 인간적인 서유정의 모습을 대중들이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서유정은 인터뷰가 끝나면 예지원과 함께 유튜브 촬영에 들어간다고 했다.
파이팅을 전하자 "헛소리 많이 하겠다"고 웃으며 "언니가 술 하나 가져왔다던데, 내가 대접해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후딱 예지원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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