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30분에 6만원 낸 도수치료”···그는 물리치료사가 아니었다 [거짓을 청구하다]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9 05:00

수정 2025.11.29 05:00

마취통증의학과 의원 원장, 원무과장 공모
물리치료가 아닌 운동처방사들 고용
도수치료 비용의 일정 비율 지급하는 식
환자들에겐 청구 서류 제공해 보험금 타게 해
사진=챗GPT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서울 마포구에 있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원에는 늘 환자가 북적였다. 원장의 치료 기술이 좋다기보다 도수치료 비용을 실손보험에서 대부분 보전 받게 해주겠다는 말에 다들 끌렸다.

실제 환자 A씨는 3개월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30회에 걸쳐 도수치료를 받았고 총 330만원의 보험금을 탔다.

무자격자들 고용해 도수치료

그런데 A씨를 비롯해 수많은 환자들에게 도수치료를 한 이들은 물리치료사가 아니었다. 그저 생활체육지도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거나, 아예 무자격이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전문성이 없는 채 물리치료사 업무인 마사지·기능훈련·신체교정운동·재활훈련을 했다.



이는 해당 의원 원장 B씨와 원무과장 C씨가 처음부터 짠 그림이었다. 이른바 ‘운동처방사’들을 고용해 도수치료를 하도록 시키고 30분에 6만원 정도로 책정되는 비용 중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식이었다.

이렇게 2014년 5월부터 2년여 간 최소 8명이 고용됐고 이들은 이를 통해 총 2억6600만원을 받았다. 가장 많이 챙긴 사람은 4200만원을 가져갔다.

도수치료는 건강보험공단에서 보장해주지 않는 비급여 항목으로, 대개 실손보험에 그 비용을 청구한다. 하지만 의사의 처방이 있고, 의학적 필요성이 명확한 경우에 한해 가능하며 치료를 실시하는 이도 물리치료사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조건들을 대부분 충족하지 못 했지만 B씨는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진료비 계산서, 진료기록부 등을 제공해 환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할 수 있도록 도왔다. 환자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고, 보험사도 눈치 채지 못 해 보험금을 그대로 내줬다.

보험금 편취 지원은 ‘사기’

하지만 결국 B씨와 C씨의 이 같은 행태는 덜미가 잡혔다. 수사 이후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고, 각각 징역 1년10월과 벌금 600만원에 처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B씨가 부당한 방법으로 실손 보험금을 환자들이 보험사들에 청구하도록 한 후 이를 다시 환자들로부터 지급받는 수법을 활용해 본 경제적 이득의 규모가 크다”며 “의사로서의 윤리를 망각하고 무자격자에 의한 물리치료 행위가 무분별하게 장기간 반복 시행되도록 해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B씨는 의원에서 행해진 치료는 물리치료가 아닌 운동치료로 법리상 의료행위로 볼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때문에 물리치료사에 의해 시행돼야 할 필요가 없으므로 의료기사법 위반도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B씨가 처방 및 지시해 운동처방사들이 시행한 행위는 목적, 구체적 방법, 환자들의 의사, 시행 장소 등을 고려할 때 물리치료의 개념에 포함된다고 판단했고 지급 사유가 없는 보험금을 청구해 돈을 편취한 행위 역시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봤다.

[거짓을 청구하다]는 보험사기로 드러난 사건들을 파헤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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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