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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도 신속한 석화 구조재편 지지···“골든타임 놓치지 말아야”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28 12:00

수정 2025.11.28 12:00

한은, ‘석화산업 구조재편의 경제적 영향 점검’ 발간
“단기적으론 국내 경제에 손실 가능성..장기적으로 봐야”
대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뉴스1
대산 석유화학단지 전경. 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국은행이 국내 석유화학산업(석화산업) 구조재편을 신속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놨다. 당장은 국내 경제에 손실을 가져오겠으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수요 회복되면 성장 뒷받침”
하정석 한은 재정산업팀 과장은 28일 발간한 ‘석유화학산업 구조재편의 경제적 영향 점검’에서 “최근 정부가 진행하는 석화산업 구조재편을 통한 과잉 생산설비 감축은 단기적으로 우리 경제 성장에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국내 기업 경쟁력이 강화되고 향후 글로벌 수요 회복이 가시화될 때 보다 긴 시계에서 뒷받침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구조재편에 따른 단기적 충격은 감내해야 한다. 한은이 지난 8월 산업통상부 발표를 기반으로 공급 감축 규모는 현재 나프타 생산량의 7.5~15.2% 수준, 기간은 1년으로 가정해 분석한 결과 구조재편 시 내년 산업생산은 3조3000억~6조7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계산됐다.

동시에 부가가치는 5000억~1조원, 고용도 2500~5200명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하 과장은 “중국을 포함한 주요 경쟁국들이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 같은 손실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제고를 위한 구조재편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설비감축 등으로 시설 운영비용 부담이 줄게 되면 기업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통한 생산설비 고도화 및 고부가가치 제품 경쟁력 제고에 매진할 여력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내 석화기업 중에선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1호 구조재편 대상에 올라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 사전심사에 나선 상태다.

기업결합은 롯데케미칼이 대산공장을 물적분할 한 뒤 HD현대케미칼과 합병하는 식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HD현대케미칼은 존속하고 분할신설법인은 소멸된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은행 제공
■원인은 공급과잉, 또?
국내 석화산업이 흔들리게 된 이유로는 단연 ‘공급과잉’이 지목됐다. 전 세계 흐름도 마찬가지다. 2000년대 중반 중국 경제성장 지속 등에 따라 석화 수요가 확대됐고 2010년대 중반까지 그 기세가 이어졌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으로 들어서며 수요가 약화하고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설비를 증설하고 중국 역시 핵심소재 자급률 확대를 위해 설비를 확충하면서 공급이 대폭 늘어났다.

하 과장은 “이 같은 글로벌 공급 과잉은 최근 더 심화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에틸렌 생산능력을 키워 온 미국과 중국이 2020년 이후에도 이를 지속하고 있으며 중동 산유국들도 전기차 확산에 따른 오일피크에 대비해 기존 단순 석유정제업에서 고부가 석화산업으로의 전환을 위한 증설에 나서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반해 세계 성장 및 교역 둔화, 중국 성장세 둔화 등으로 신규 수요 창출은 크지 않다는 게 하 과장 분석이다.

하 과장은 국내의 경우 공급과잉 이외 △對중·범용제품 중심의 수출구조 △원유 기반 생산설비 집중 △그린·디지털 전환 등 산업 트렌드 변화에 따른 비용인상 압력 등도 석화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소로 꼽았다.

하 과장은 “2010년 후반부터 중국 성장이 둔화된데다 중국이 핵심 원자재·에너지 안보 강화를 위해 대규모 생산설비 확충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은 가격 경쟁력 높은 중국 범용제품과 차별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이중고에 직면하게 됐다”고 짚었다.


그는 “국내 생산설비는 원유를 원료로 사용하는 나프타 기반 설비(NCC)가 대부분인데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여건상 원가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라며 “탈탄소화 같은 그린 전환, 탄소국경세 신설 등으로 인해 설비구축에 따른 비용 인상 압력이 증대되고 있다”고도 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