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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 속 '금리인하 기조 종결' 가능성에…전문가 "금융·경기·성장률 리스크 커져"

뉴스1

입력 2025.11.28 15:05

수정 2025.11.28 15:0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11.27/뉴스1 ⓒ News1 이호윤 기자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26일 서울 명동거리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는 26일 서울 명동거리의 한 환전소에 원달러 환율 등 시세가 안내되고 있다. 2025.11.26/뉴스1 ⓒ News1 허경 기자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들이 쌓여있는 모습. 2025.11.14/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이강 기자 = 저성장 국면에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금리 인하 기조에서 한발 물러서자, 전문가들은 금융불안·경기 및 성장률 둔화 등 복합적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 27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금융통화위원들의 향후 3개월 금리 전망(포워드 가이던스)은 '인하 가능성 개방'과 '동결' 의견이 3대 3으로 맞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월 인하 가능성 5명, 동결 의견 1명인 것과 비교하면 무게 축이 동결 쪽으로 움직인 셈이다.

여기에 금통위가 통화정책방향 결정문(통방문)에서 '금리 인하 기조'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인하 여부'라는 문구를 사용하면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이창용 총재도 간담회에서 "성장률 전망이 상향 조정됐지만 상·하방 위험이 모두 잠재해 있고,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와 환율 변동성 등 금융 안정 리스크가 여전하다"며 "추가 인하와 동결 가능성을 모두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해 기존 인하 기조에서 한발 물러났다.

동결은 '고육지책'…환율·부동산·가계부채가 막은 금리인하

전문가들은 이번 동결이 '고육지책'이라는 점에는 대체로 동의했다. 고환율과 부동산 가격 상승 기대, 가계부채 구조와 스트레스 DSR, 한미 금리차 등 복합적인 제약 요인으로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아직 안정이 안 돼 있고, 고환율도 이어지고 있으며 가계부채도 증가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침체를 좀 희생하더라도 당연히 금리를 인하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도 "내년까지 한미 금리차가 계속 벌어지는 구조에서 금리를 내릴 경우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며 이에 동감했다.

다만 '금리 인하 사이클 종료'를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인하는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며 "환율이 안정되고 물가가 안정됐을 때는 경기가 중요해서 금리를 인하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김영익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금리 인하 기조는 끝났지 않았다고 본다. 국내 경기가 좋지 않고, 아웃풋 갭이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며 "적정 금리를 2%라고 보고 있기 때문에, 시간문제일 뿐 인하하리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지표 '하락 전환'…경기 회복 모멘텀 잃어가는 상황

전문가들은 저성장 흐름 속에서 한은이 금리 인하 기조를 동결 기조로 바꿀 경우 금융·경기·성장률 전반에서 하방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식 명예교수는 가계부채와 금융시스템을 가장 큰 취약 요인으로 지목했다. 그는 "스트레스 DSR로 대출금리가 5~6%까지 올라와 있는데 금리를 인상하면 전부 다 부실화돼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주원 실장은 금리 인하 중단의 직접적 파급효과를 '경기 회복 모멘텀 상실'에서 찾았다.

그는 국가데이터처가 28일 발표한 '2025년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두고 "소비는 쿠폰 때문에 좀 올라갔지만, 나머지는 엉망"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도 오를 타이밍인데 못 뜨고 있다"며 경기의 자연 회복력이 약화한 만큼 금리 인하가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안에 최소한 2% 가까이는 갔었어야 한다"며, 인하 지연이 내년 경기 회복 속도를 더욱 더디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전(全)산업 생산은 전월 대비 2.5% 감소하며 2020년 2월 이후 5년 8개월 만의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생산은 26.5% 급감해 43년 만의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소비는 추석 대목과 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반등했지만, 전문가들은 구조적 둔화를 상쇄하기엔 역부족이라고 평가했다.

반도체 편중·AI 버블 가능성…성장률 전망도 '거품' 우려

상장률 리스크도 지목됐다. 한은은 27일 발표한 '11월 경제전망'에서 올해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1.0%, 1.8%로 소폭 상향 조정했지만, 이는 3분기 양호한 성장 흐름과 반도체 경기 호조, 대외 불확실성 완화 등을 반영한 결과일 뿐 금리 동결 상황에서 하방 위험을 방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김영익 교수는 "내년에 1.8% 성장한다 해도 실질 GDP가 잠재 GDP를 밑돌고 있어, 아웃풋 갭이 계속 마이너스"라며 "적정금리는 2%"라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중단될 경우 경기 회복력이 더욱 제약돼 성장률이 목표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성장률 비중에서 관찰되는 '반도체 쏠림'도 위험 요인이다.
김영익 교수는 "지금 반도체 수출 비중이 24%로 사상 최고다.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모두 좋지 못한데, 반도체만 좋아서 수출이 증가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미국 IT 기업들의 과잉 주문과 AI 버블 논란을 언급했다.


그는 "미국에서 수요가 위축되면 반도체 가격·주문이 같이 줄어들 수 있다"며 내년 성장률 자체가 거품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