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산업은 디지털 혁신을 넘어 '자율 금융(autonomous finance)'으로 나아가고 있다. 자율 금융은 인공지능(AI)가 데이터를 이해하고 판단하며 실행까지 하는 금융 운영 모델로 사람이 지시한 절차를 단순히 따르는 단계를 넘어선다.
이러한 변화는 과거 금융 혁신이 속도와 효율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오늘날의 금융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자율적 운영을 중심축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금융의 운영 방식과 신뢰 구조를 재설계하는 이 여정에서 AI와 클라우드가 핵심 동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18일 AWS는 국내 주요 금융사 최고경영진 50여명을 초청해 '2026년을 준비하는 금융사 C-Suite 라운드테이블'을 개최하고 스테이블코인과 금융 AI 에이전트라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을 집중 논의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의 안정성과 블록체인의 효율성을 결합해 실물경제와 금융 시스템을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의 실제 안정성은 담보 구조 투명성, 발행 기관의 신뢰도, 규제 프레임워크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2025년 현재 전 세계 스테이블코인 총공급량은 2500억 달러를 넘어섰으며, 월간 결제 규모는 1조 4000억 달러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해외 계열사 간 자금 이동, 공급망 대금 지급, 실시간 국경 간 결제 등에 적용하며 복잡한 송금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순화하는 등 비즈니스 모델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예로 JP모건은 기존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서 토큰화하는 'JPMD 테스트'를 완료했으며, 포춘 500 기업들은 스테이블코인 기반 공급업체 결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활용 방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되면서 결제 시스템 혁신과 디지털 자산 허브로의 전환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정우 코빗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스테이블코인이 왜 화제가 되는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어떤 의미와 가능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실무적 관점을 제시했다. 그의 발표는 금융 리더들에게 스테이블코인이 단순한 디지털 자산을 넘어 금융 시스템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기술임을 인식시켰다.
한편 금융 AI 에이전트는 금융권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생성형 AI가 프롬프트에 따라 콘텐츠를 생성한다면, 에이전틱 AI(Agentic AI)는 한 단계 더 나아간다. 주어진 목표를 이해하고 맥락을 해석하며 실행 경로를 스스로 최적화하는 자율적 AI를 의미한다.
금융권에서는 시장 변동성 분석, 대출 포트폴리오 리밸런싱, 고객 신용 평가, 실시간 리스크 관리, 사기 탐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러한 AI가 적용되고 있다. AI는 대규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해석하고 리스크와 수익의 균형을 예측하며 규제 요구사항에 맞춰 자동으로 조정함으로써 리스크 관리를 사후 대응이 아닌 선제적 의사결정으로 전환시키고 있다.
박재만 KB증권 AI디지털본부장은 이날 라운드테이블에서 AI 내재화를 통한 금융 혁신 전략을 공유했다. KB증권은 AI디지털본부를 신설하고 'AI데이터전략부'와 'AI Tech부'를 통해 생성형 AI 기반의 맞춤형 투자정보 서비스를 구현했다. 이는 AI를 단순한 실험이 아닌 전사적 혁신 역량으로 전환한 실질적 사례로 금융권 AI 도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이러한 혁신의 기반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인프라가 자리한다. AI가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모델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연산 환경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클라우드 환경은 대출·결제·리스크·자산운용 등 다양한 시스템 간의 데이터를 연결하여 보다 정교한 예측과 의사결정을 수행할 수 있게 한다. AWS의 아마존 베드록 에이전트코어는 복잡한 금융 서비스 워크플로우를 구동하는 자율 AI 에이전트의 구축·배포·관리를 지원하며, 금융기관이 AI를 신뢰 가능한 운영 자산으로 전환할 수 있게 돕는다.
금융의 경쟁력은 기술의 속도가 아니라 신뢰에서 나온다. AI와 클라우드는 그 신뢰를 확장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지만, 책임 있는 설계와 거버넌스 없이는 오히려 위험을 키울 수도 있다. 따라서 기술적 혁신과 윤리적 기준을 병행하는 '신뢰 기반 혁신'이 금융기관의 핵심 원칙이 되어야 한다.
2026년을 향한 금융의 화두는 명확하다. AI와 클라우드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조직의 전략적 역량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또한 금융의 미래는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2026년, 금융기관들은 에이전틱 AI 기술을 확대하고 스테이블코인 인프라를 구축하며 기술을 통해 더 공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금융 생태계를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노경훈 AWS 금융사업부 총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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