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식품

'반값' 줄 서고, '15만원 뷔페' 광클...이것까지 양극화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30 09:30

수정 2025.11.30 09:30

도매가 23% 떨어져 마트 할인전 북새통
특급호텔 딸기 뷔페는 15만원에도 매진
"불황으로 소비 양극화...중간 소비 사라져"

지난 28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딸기 매대 앞에서 방문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박경호 기자
지난 28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의 딸기 매대 앞에서 방문객들이 북적이고 있다. 박경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겨울 시즌을 맞아 딸기 출하가 본격화됐지만 소비 패턴이 극명하게 갈리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반값 딸기 행사에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반면, 1인당 15만원이 넘는 호텔 딸기 뷔페는 예약 시작과 동시에 매진 행렬을 기록 중이다. 고물가와 경기 불황이 맞물리며 소비자의 지갑 열기가 양극단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딸기값 23% 내리자...마트 할인전 '인산인해'
30일 농산물유통 종합정보시스템 농넷에 따르면 올 11월 딸기 도매가격(가락시장 기준)은 2㎏당 5만457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만1402원) 대비 1만6832원(23.6%) 하락했다. 지난해 10월까지 이어진 무더위로 가격이 치솟았던 것과 달리, 올해는 기상 여건 호조로 공급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며 가격 안정세를 찾았다.



가격 하락세에 맞춰 대형마트들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12월 3일까지 '윈터 해피딜' 기획전을 열고 팩 딸기를 두 팩 이상 구매 시 팩당 3000원 할인한다. 홈플러스도 30일까지 '크레이지 4일 특가'를 통해 딸기를 반값에 판매하며, 이마트는 오는 12월 10일까지 '고래잇 페트사'를 열고 햇딸기를 시세 대비 30% 이상 저렴하게 내놓는다.

저렴해진 딸기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8일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은 평일 오후임에도 딸기 매대를 찾은 손님들로 붐볐다. 이날 마트를 찾은 박모씨는 "스마트팜, 설향, 못난이 딸기 등 선택지가 많고 올해는 유독 딸기가 맛있는 것 같다"며 "할인을 받아 두 팩을 2만원에 구매할 수 있어 넉넉히 사두려 한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윈터 해피딜' 포스터가 걸려있다. 박경호 기자
롯데마트 제타플렉스 서울역점에 '윈터 해피딜' 포스터가 걸려있다. 박경호 기자

"비싸도 간다"...호텔 뷔페는 예약 전쟁
반면 '가심비(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를 좇는 수요는 초고가 호텔 뷔페로 몰리고 있다. 특급 호텔들이 겨울 시즌을 맞아 선보인 딸기 뷔페는 1인당 1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호텔 서울의 페닌슐라 딸기 뷔페는 성인 1인 요금이 15만원에 달하지만 12월 창가석 예약이 모두 마감됐다.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의 그라넘 다이닝 라운지 딸기 뷔페 역시 성인 1인당 13만5000원의 고가임에도 주말과 공휴일 주요 시간대 좌석이 대부분 판매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불황 속에서 생필품 소비는 줄이고 자신을 위한 소비에는 과감히 투자하는 '앰비슈머' 트렌드로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인플레이션 심화로 소비자들이 장바구니 물가는 극단적으로 아끼는 모습을 보인다"며 "반면 자신의 취향에 맞는 경험재에는 과감하게 지갑을 열면서 소비의 중간 지대가 사라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호텔에서 진행하는 페닌슐라 라운지 앤 바 '2025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디저트 뷔페. 롯데호텔 제공
롯데호텔에서 진행하는 페닌슐라 라운지 앤 바 '2025 머스트 비 스트로베리' 디저트 뷔페. 롯데호텔 제공

security@fnnews.com 박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