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보다는 값이 싸 “가난한 자들의 금”으로도 부르고, 높은 가격 변동성 때문에 “악마의 금속”이라고도 부르는 은 가격이 폭등세다. 금 가격 급등과 함께 은 가격도 덩달아 뛰고 있다.
산업 활용도가 낮은 금에 비해 산업, 특히 전기차와 인공지능(AI), 태양광 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금속이라는 은의 특성이 부각되면서 은 값은 더 뛸 것으로 예상된다.
가격 폭등
금 가격이 올해 60% 가까이 폭등한 가운데 은 가격은 이보다 더 가파르게 올랐다. 은 가격은 10월 중순 온스당 54.47달러까지 치솟았다.
은 공급이 달리자 일부에서는 배가 아닌 항공기를 통해 은을 수송하기도 한다. 항공 수송은 돈이 훨씬 많이 들지만 은을 기간 내에 납품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이다.
인베스코의 상품 담당 상무 폴 심스는 29일(현지시간) CNBC에 “이번에는 과거의 다른 역학이 작용하고 있다”면서 “은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당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심스는 은 시장 규모가 금의 10%에 불과하다면서 이처럼 작은 시장 규모로 인해 은 가격이 공매도 압박 등에 특히 민감히 반응하는 것 역시 최근 금 가격 급등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달라진 역학
그러나 과거 은 투자 흐름과 달리 올해 은 가격 랠리는 다양한 요인들이 겹치면서 역학이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심스는 올해에는 공급 제한, 인도의 수요 급증, 산업 수요 증가와 미국의 관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은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한 투기나 안전자산 선호 때문이 아니라 공급 부족과 수요 증가가 겹치면서 은 가격이 뛰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은 소비국인 인도는 매년 은 약 4000t을 사용한다. 장신구, 식기, 장식품 등에 이 은이 들어간다.
인도에서 은 가격은 10월 17일 kg당 17만415루피(약 28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연초 대비 85% 폭등하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인도라는 지역적 변수를 제외하면 은 가격이 뛰는 주된 요인은 산업 수요다.
은은 열, 전기 전도율이 다른 금속보다 높아 산업 쓰임새가 크다.
특히 전기차, AI, 태양광 같은 신재생에너지가 붐을 타면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은은 태양광 전지판의 핵심 재료이고,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전력 손실을 최소화하고 효율적으로 전기를 공급한다. 은은 아울러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회로와 부품에도 필요하다.
전기차에도 은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전기차 한 대에 은 약 25g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면 25g이 아닌 1kg 이상이 필요할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은 가격 상승세가 투기적 요인 외에도 이런 구조적인 산업 수요에 기인하는 데다, 공급은 제한적이어서 앞으로도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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