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막 내린' 채상병 특검, '尹 격노' 원인 의문...법정 공방 본격화[법조인사이트]

최은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1.30 13:34

수정 2025.11.30 13:34

피의자 다수 영장 기각...'구명로비' 규명 한계도
상당 수 증인신문 예상...재판 장기화 불가피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채상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해병대원 순직사건 관련 의혹을 수사해 온 채상병특검팀 이명현 특별검사가 지난 11월 28일 서울 서초구 해병특검 사무실에서 150일의 수사 일정을 마무리하며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채상병 특별검사팀(이명현 특검)이 28일 수사기간을 마치며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한 33명을 재판에 넘겼다. 특검은 핵심 의혹인 수사외압 관련자 대부분을 법정에 세웠지만, '외압의 동기'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겼다. 또 여러 피고인에 적용된 '직권남용과 범인도피' 법리 구성에 난항을 겪을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법정 공방이 길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특검은 지난 28일 종합 수사 결과 보고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33명의 기소했다면서 특히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국방부 관계자들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을 혐의자에서 빼기 위한 조직적 직권남용 범행을 저지른 중대한 권력형 범죄"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 주재 국가안보실 회의 참석자 및 관계자들의 진술 등을 통해 윤 전 대통령의 격노 사실과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에 대한 체포·구속 시도 등 보복성 조치가 이뤄진 경위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건의 기폭제가 된 '격노의 이유'는 끝내 규명되지 못했다. 김건희 여사 측근으로 알려진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 등 전직 해병이 모인 '멋쟁해병' 단체대화방, 개신교계 인사들을 통한 이른바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정황에 대한 수사가 이뤄졌지만 기소까지 이뤄질 만한 범죄 혐의는 나오지 않았다. 이에 대해 박 대령 측은 "구명로비에 대해서는 로비의 특성이라는 현실적인 벽에 가로 막혀 실체적 진실에 나아가지 못한 한계가 있다"며 의혹 관련자 추가 수사 필요성도 언급한 바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을 둘러싼 '범인도피 혐의'도 주요 쟁점이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이 본인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출국을 승인한 것으로 보고 범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형법 151조가 요구하는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했을 가능성에 대한 사전 인지' 요건을 충족했는지를 두고 법리적 논쟁이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피고인 다수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점도 향후 재판에서 불리한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법원은 이 전 장관 등 수사외압 피의자 5명에 대해 "주요 혐의와 관련해 법리적인 면에서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는데, 이는 직권남용죄의 특성 때문이다. 직권남용은 공무원이 자신의 권한 범위 내 '직무행위'가 존재해야 하고, 이를 남용해 타인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해야만 성립한다. 구성요건 충족이 쉽지 않다는 지적은 계속돼 왔다. 다만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영장이 기각됐다고 해서 공판에서 다퉈볼 여지가 사라진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수사는 종료됐지만 본격적인 무대는 이제 법원으로 옮겨진다. 내달 4일 채 해병 순직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된 임 전 사단장의 첫 공판이 열린다. 특검은 향후 30~40명 규모로 축소돼 공소 유지에 집중하며 증거 보강과 증인 계획을 정비할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이 전 장관·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수사외압' 관련 피고인,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호주대사 도피' 의혹 피고인들에 대한 직권남용·범인도피 입증 전략도 상세히 대비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은 장기전이 불가피하다. 사건 관련 진술이 대부분 증거로 제출될 예정이지만, 피고인들이 증거 채택에 동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진술자를 법정에 세워 다시 신문해야 한다. 피의자·참고인 수가 300명이 넘는 만큼, 증인신문 절차만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검 관계자 역시 "워낙 많은 사람들을 조사했고 특히나 수사외압 사건의 경우 증인신문이 굉장히 많을 수밖에 없다"며 대규모 증인 출석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