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싱글'인 배우 명세빈이 '김부장' 속 하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JTBC 토일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이하 '김부장'/극본 김홍기, 윤혜성/연출 조현탁)에서 박하진 역할을 연기한 명세빈은 1일 오전 11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 카페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가졌다.
명세빈은 극 중 남편 김낙수(류승룡 분)가 대기업 부장이 되기까지 알뜰살뜰하게 보필해 온 가정주부 박하진을 연기했다. 가족을 위해 모든 것을 내어주며 헌신했지만, 김낙수의 승진이 불투명해지고 노후 준비도 버거워지자,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아내다.
명세빈은 섬세한 감정 연기로 극을 이끌었다.
-'김부장'이 시청자의 호평과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종영했다.
▶'용두용미' 엔딩이라고 하더라. 주변에서도 너무 좋아해 줘서 기쁘다. 초반의 답답함이 결말에 더 많은 생각을 하게 하지 않았나 싶다. 성적은 사실 조금 아쉬웠다. 원작도 너무 좋고 출연진, 연출진도 너무 좋지 않나. 시청률은 여유롭게 기대했다. 초반에 안 나와서 '왜 그럴까?' 하는 생각도 했다. 너무 극사실주의여서 시청자들이 조금 힘들어했구나 싶더라. 얘기가 진행되면 더 많이 봐주신 것 같다.
-이 시대 중년들에게 많은 위로를 준 작품이라고. 어떻게 공감했나.
▶내 친구 남편이라든지 주변에서도 공감하더라. 이 작품에 출연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너무 재미있겠다' '내 이야기를 마주할 수 있을까' 그런 반응이었다. 재미있어하기도 하고 자기 이야기 같아서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고. 생각할 것이 많은 드라마였다.
-배우로서 회사원의 삶을 어떻게 보게 됐나.
▶배우는 프리랜서다. 한 직장에서 그렇게 오래 일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더라. 예전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할 때 처음으로 월화수목금토일 반복된 삶에 대해 생각해 본 것 같다. 살아내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프리랜서는 프리로서의 고충이 있지만, (회사원들은) 회사에서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치열함과 동지애가 느껴졌다. 현실적인 느낌으로 보게 됐다.
-25년 차 주부의 연기는 어땠나.
▶오래된 부부의 모습이 어떤 걸까 생각하게 됐다. 가끔 친구들 만나면 동네 사람, 회사 사람과 이야기 못 하는 그런 것들을 많이 이야기 해준다. 이 나이에는 이런 갈등, 이런 고민, 이런 생각을 경험한다고 느꼈다. 사랑의 색깔이 조금 달라진 부부의 모습일 수 있는데, 하진의 사랑과 정은 정말 판타지에 가까운 모습이 있다. 감독님이 이런 여성상의 하진을 원하신 것 같다. 감독님이 많이 도와주셨다. 극 중에 김 부장이 아내가 노후를 걱정하는 모습을 싫어하니까 '아유 아니야'라면서 안아주는데 그런 게 감독님 아이디어였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분들이 있는 것 같더라. 오늘 '내 아내 같아서 보면서 울었다' 등의 연락을 받았다.
-김낙수의 인생 최대 업적이 아내를 만난 것이라는 반응도 있다. 하진은 왜 낙수를 떠나지 않았을까.
▶나도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최종회에서 저와 낙수가 서로 걸어가면서 '김낙수 왜 이렇게 짠하냐'라고 한 말이 되게 다르게 다가오더라. 사랑인 것 같다. 짠하게 보이는 마음이 낙수를 버릴 수 없는, 사랑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싶더라. 또 하진이 동생의 뒷바라지를 하고 그랬던 걸 보면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하진의 성품인 것 같다.
-류승룡과 함께 20대 연기를 했는데 어땠나. 20대 같은 비주얼이라는 반응도 많았다.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가 '가발을 써보자' 했는데 너무 찰떡이더라. 머리숱도 많고 화려한 모습이 많은 걸 가려주고 많은 걸 살려준 것 같다. 적절한 표현은 아니겠지만 '날라리'를 표현하고 싶었다. 도전하는 20대의 확실한 자기표현이 있다고 생각했다. 배꼽티, 미니스커트, 시대에 맞는 장신구를 생각하면서 여러 가지 시도해 봤다. 원래도 운동하는 걸 좋아한다. 배우로서는 너무 감사하게도 그렇게 살이 찌지는 않는 편이다. 체력이 부족한 건 아쉽다. 저의 20대는 너무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인데, 하진이 같은 20대였어도 되게 좋았겠다고 생각했다.
-류승룡과 부부 연기는 어땠나.
▶류승룡 씨와 연기를 한다는 건 배우로서 너무 감사한 일이다. 하진이가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건 감독님과 류승룡 씨 덕분인 것 같다. 작게 연기를 해도 크게 액션을 해주었다. 아내로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마음을 많이 열어준 분이다. 친해지려고 노력했다. 초반에 대본 리딩을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친해졌다. 속마음을 편히 이야기할 수 있는 좋은 배우였다. 류승룡 씨가 실제 오래 산 부부의 삶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해줬다. 오래된 부부가 대화하는 영상을 보여줬다. (목소리, 감정의) '업 앤드 다운'이 없더라. 그들만의 많은 조율이 있어서 서로를 아껴주는구나 그걸 좀 느꼈다.
-과거에 친구들과 한 건물에서 지낸다고 밝혔는데, 가족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하는 삶을 경험한 입장에서 가족 중심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김 부장 이야기'가 어떻게 느껴졌나.
▶그건 예전 이야기이고 지금은 서울 자가에 혼자 사는 화려한 싱글이다. (웃음) 나는 비혼주의는 아니다. 가족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 건물에 살던 친구들도 비슷했다. 가치관에 대해 그렇게 많이 생각하진 않았지만, 하진을 통해 낙수 가족을 보고 많이 배운 것 같다. (하진은)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허물을 덮어준다. (사람은) 누군가를 믿을 수 있어야 자신을 돌아볼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이 살면서 생각도 못 한 위기를 겪는데 그러면서 많은 변화가 생긴다. 환경이 파도치면 사람도 파도친다. 그런 상황에서 변함없이 지지해 주는 하진과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이왕 사는 것 그런 사람이 되어보자는 마음이다.
<【N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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