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강남시선

[강남視角] 공무원 당직제도를 금하라

김태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1 18:16

수정 2025.12.01 18:16

김태경 전국부 부장
김태경 전국부 부장
정부가 76년 만에 당직제도에 대한 전면 개편에 들어간 가운데 제도 개선의 실효성을 확보할수 있을지 벌써부터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인사혁신처는 최근 국가공무원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재택·통합당직 등을 확대해 예산 절감 등 당직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과거 행정기관의 보안시설이 취약했던 시절 마련된 당직근무제는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정부가 이번에 당직제도를 대폭 손질하려고 하는 것은 환경 변화에 맞지 않는 낡은 제도를 혁신해 공무원의 근무여건을 개선하고 국민에게 더 나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정부는 3개월 시범사업을 통해 내년 4월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갈 방침이다.

현재도 중앙행정기관의 절반 정도는 재택근무를 하고 있어 별 부작용이 없는 한 내년 시행에 큰 무리가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상황이 달라 이를 전면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산불 등 급박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 지방의 경우 중앙기관처럼 재택근무에 들어갈 경우 상황 대응과 위기관리 면에서 취약점을 노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안은 아직 마련해 놓지 못한 상태다. 그렇다고 지방만 사무실에서 당직근무를 하는 것도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주민생활 최접점에 있는 특성을 고려해 지자체의 여건에 맞게 자율적으로 당직 운영을 개선할 수 있도록 당직유형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가령 광역·기초 본청의 경우 당직실과 재난안전상황실의 기능 또는 공간을 통합하고 재택당직 또는 당직 폐지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통상 당직근무는 평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근무를 하고 당직을 선 날은 출근을 하지 않는다. 당직비도 평일 3만원, 휴일 5만원으로 당직근무 유인이 약하다. 그럼에도 관행적으로 진행된 과도한 당직근무는 업무 효율성을 해치고 악성민원을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당직제도의 가장 큰 비효율성은 민원인들의 전화응대가 주를 이룬다는 점이다. 심한 경우에 특정 민원인이 밤새도록 전화를 걸어 업무를 방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당직 공무원들은 아예 전화를 내려놓고 근무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런 비효율적인 업무 관행이 지속되면서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만 절감해도 연간 169억원에 달한다. 재택근무를 할 경우에는 평소와 똑같이 출근하기 때문에 출근일도 확보할 수 있어 효율적인 행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계산이다. 현재 연간 국가공무원 약 45만명이 사무실 당직근무 후 휴무를 활용함에 따라 발생했던 업무공백이 재택당직 등으로 인해 줄어들면, 연간 약 356만 근무시간이 확보돼 국민에게 추가적인 정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추산이다.

그러나 당직제도의 재택근무를 도입하기 전 당직근무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당직근무 점검 등 사후관리 필요성도 요청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방안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것과 재택근무의 속성상 업무 지속성과 긴박한 상황 대처 등 다양한 변수가 많아서다. 정부는 각 기관이 자율적으로 수행해야 할 과제라는 입장이지만 너무 소극적 태도로 대응하는 것은 아닌지 아쉬운 대목이다. 재택근무에 따른 업무 충실성 확보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후속 대책 마련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특히 지방공무원의 경우 국가공무원과 어떤 차별성을 두고 제도를 운용할지에 대한 개선책도 아울러 필요해 보인다.

여하튼 이번 제도의 개편은 시대 변화에 맞지 않는 비효율적인 당직제도가 공무원들의 불필요한 업무 부담을 가중하고 공직 활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 측면을 고려한 점에서 이재명식 실용적 대책으로 평가받고 있다.
공무원들이 이를 통해 업무에 더욱 집중하고, 국민에게 질 높은 행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제도 개편의 의미가 크다.

ktitk@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