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40% "내년 투자 축소" 응답
친기업 환경 조성해 투자 늘려야
친기업 환경 조성해 투자 늘려야
그러나 내년부터가 문제다. 한미 정상회담 결과물인 '조인트 팩트시트' 후속 조치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양국 정상 간 투자합의에 따라 국내 기업들의 대미 투자가 급증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은 한정된 반면 미국에 투자해야 할 규모가 워낙 커서 정작 한국 내 투자는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기업들이 애를 써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필연적으로 국내 산업 생태계가 위축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제조업 공동화는 가속화될 수 있다. 해외에 나가 있는 기업들의 국내 회귀와 외국 투자 유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
이런 현상은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최근 조사한 '2026년 기업 경영 전망 조사' 결과에도 드러난다. 이 조사에 따르면 300인 이상 기업들의 내년 국내 투자와 해외 투자계획 설문조사 결과 국내 계획은 '투자 축소'(40.0%)가, 해외 계획은 '투자 확대'(45.7%)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한미 정상 간 대미 투자합의는 이미 확정된 것이다. 국내 기업들에 무작정 국내 직접투자를 늘리라고 요구하는 건 실행 불가능한 일을 강요하는 포퓰리즘에 불과하다. 정부와 산업계는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첫째, 국내 투자환경 개선을 서둘러야 한다. 기업들의 설비·연구개발(R&D) 투자에 대한 세금·보조금 지원을 점검하는 게 우선이다. 아울러 설비투자 신증축 관련 입지규제를 친기업적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과도한 규제는 과감하게 풀어야 한다.
투자세액공제 직접환급제 도입과 정책금융 확대, 전기요금 인하 등 기업들이 요청한 실질적 지원책도 신속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야 국내 기업의 투자여력이 그나마 생길 수 있다. 이러한 친기업적 환경은 국내에 관심을 보이는 외국인 직접투자 유치에도 효과적이다. 국내 기업들의 투자가 약하다면 해외 자본이 국내로 들어와 생산설비를 짓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세수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둘째,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극복하려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내 공장을 해외로 빼앗기지 않겠다는 방어적인 전략을 넘어서야 한다. 오히려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창출하는 총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공격적이고 통합적인 공급망 전략으로 전환할 때다. 기업 본사를 국내에 묶어두는 것이 아니라 국내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산활동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 이후 해외 투자 확대는 기업에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유출에 따른 국내 제조기반 공동화를 막기 위한 노력도 구체화되어야 한다. 당장 내년부터 본격화될 수 있다. 말뿐이 아닌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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