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적용 인정 3년 만에 정상화
IFRS17 체계 충분히 정착된 상태
금감원 "일시적 정책 조정" 강조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혔던 '계약자지분조정(일탈회계)' 논란이 사실상 마무리됐다.
IFRS17 체계 충분히 정착된 상태
금감원 "일시적 정책 조정" 강조
금융감독원은 1일 생보업계 전반에 허용돼온 IFRS17 기반의 예외회계 적용을 더 이상 인정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번 조치가 '회계 오류'에 따른 정정이 아니라 IFRS17 도입 초기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일시적 정책 조정 종료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금융당국이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방향성을 정하면서 일탈회계 논란은 일단락될 전망이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일탈회계 논란과 관련해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소급적용을 안 하는 것으로 정리했다"며 "2025년도 회계 결산에는 이 부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2022년 12월 11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연석회의에서 "경영진 판단에 따라 예외적용을 인정할 수 있다"고 회신한 이후 3년 만에 나온 정상화 조치다. 이 원장은 "당시 판단이 잘못됐다는 의미가 아니다"며 "지금은 IFRS17 체계가 충분히 정착됐고, 더 이상 예외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일탈회계란 IFRS17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일정 기간 동안 계약자 권익보호나 혼란 완화를 위해 일부 기준을 예외적으로 적용하는 회계방식이다. 계약자지분조정은 일탈회계 속에서 나온 항목으로, 보험회사가 투자수익 등에서 유배당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회계상 따로 표시하는 장부 항목이다.
예를 들어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가가 올라 차익이 발생하면 그 가운데 일부는 보험 가입자에게 돌아가야 한다. 이 때 계약자지분조정을 사용하면 '이 돈은 계약자몫'이라고 부채 항목으로 분리해 표시할 수 있다. 즉, 보험사가 주주몫과 계약자몫을 헷갈리지 않고 명확히 나누는 장치인 셈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IFRS17 도입 초기 혼란을 완화하기 위해 필요했던 일시적 예외가 기준 안정으로 자연스럽게 종료된 것"이라며 "과거 판단을 뒤집는 것이 아니라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정상적 정책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이 특정 보험사가 아니라 업계 공통의 문제라는 점도 짚었다. 계약자지분조정 관련 질의는 개별 회사가 아닌, 생명보험협회가 업계를 대표해 금감원에 요청한 사안으로, 모든 생보사가 동일한 기준을 공유하고 있다.
일탈회계 중단으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재무제표 표기방식이다. 그간 생보사는 유배당 계약자에게 귀속되는 투자이익을 '계약자지분조정'이라는 별도 부채 항목으로 분기마다 표시했다.
하지만 일탈회계가 중단되면 이 금액을 보험부채로 잡거나 자본 항목(기타포괄손익누계액)으로 재분류해야 한다. 보험부채로 잡을 경우 부채 증가·자본 감소로 재무 건전성이 표면상 악화될 수 있어 대부분의 생보사는 자본 항목으로 이동시키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숫자상 자본이 늘어나는 착시가 나타나지만 실질적인 가치 변화는 없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와 분석가들이 표면상의 자본 증가를 혼동하지 않도록 회계상 효과라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계약자지분조정 항목은 재무상태표에서 사라지지만, 주석공시를 통해서 상세한 내용은 공시가 되기 때문에 유배당계약자의 몫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는 종식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생보업계 관계자는 "재무제표상 숫자가 보이지 않는다고 실제 계약자 권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며 "계약자 권리보호와 재무제표 해석 혼란 최소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결정을 계기로 2년 넘게 이어진 일탈회계 논란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생보업계는 동일한 해석과 기준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일탈회계 여부를 둘러싼 혼선이 반복되지 않도록 일관된 회계처리 기준을 정착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역시 후속 논의를 통해 재무제표 혼선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이찬진 원장은 "금융위원회와 이견이 없는 상태"라며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년 1월에는 결론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후속작업으로 개정이 필요한 부분은 내부적으로 금융위와 협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홍예지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