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450조원 스타게이트 추진
日, 라피더스에 17조원 지원
대만,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
세계적인 인공지능(AI) 패권 경쟁 규모가 커지는 가운데 선제적인 대규모 투자가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한국의 경쟁국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 첨단산업에 투자를 진두지휘하면서 총력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日, 라피더스에 17조원 지원
대만,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
한국도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가 필수라는 데 공감대는 형성돼 있지만, 금산분리 완화라는 예상치 못한 장벽에 가로막혀 정작 본질이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AI 3대 강국을 목표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하루라도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는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첨단산업 육성에서 기술과 인재를 넘어 자본이 핵심 경쟁요소가 됐다는 게임의 룰을 다시금 상기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회 예산안이 통과되면 구윤철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본격적으로 주요 기업들과의 소통을 이어갈 방침이다. AI·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게 정부가 지원을 하기 위함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 첨단산업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고 있지만 경쟁국들은 이미 한발 앞서 나간 상황으로 평가된다. 일본은 정부와 도요타, 소니, NTT, 소프트뱅크, 미쓰비시UFJ, 키옥시아 등 대기업들이 출자해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를 세웠다. 그동안 일본 정부는 라피더스에 9200억엔(8조6800억원)을 지원했으며, 올해 초 라피더스의 반도체 제조장치 구입과 생산관리시스템 개발 등을 위해 최대 8025억엔(약 7조5700억원)의 추가 지원을 결정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는 1000억엔의 출자를 위해 예산을 확보했으며, 이를 포함할 경우 라피더스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자금지원은 1조8225억엔(약 17조2000억원)에 이른다.
한국의 최대 경쟁국인 대만은 2016년부터 '아시아의 실리콘밸리가 되겠다'며 AI 반도체에 집중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정부는 산업단지에 금융·세제·용수·전력·인력을 묶은 패키지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 정책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특히 지난 2021년 100년 만의 가뭄 당시 일부 지역에는 주 2회 급수마저 중단하는 등 국가적 비상사태였지만, 국가 생명인 반도체 공장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했다.
한국에서는 반도체산업 종사자에 한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를 인정하는 반도체 특별법이 끝내 통과되지 못했지만, 대만은 2017년 반도체 등 첨단산업 관련 기업에 한해 주 40시간 근무의 예외를 적용하는 근로법도 제정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5000억달러(약 700조원, 현재는 450조원 규모로 조정) 규모의 국가 AI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 등 글로벌 빅테크와 전략투자 기업이 주도하게 되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25년부터 2029년까지 향후 4년 동안 미국 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 기반, 클라우드 서비스 구축이 진행된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파급력은 AI 인프라 확충에만 그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뿐만 아니라 미국의 에너지 자립, 지속적인 혁신을 위한 규제완화 동력이라는 트럼프 행정부 2기의 거시적인 기조와 연계돼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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