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으로 이탈리아 패키지 여행 떠난 공무원 부부
남편은 두오모 광장서 쓰러진 50대 남성에 심폐소생술, 아내는 신속히 신고
주한 伊 대사 감사 인사 전하자 "한국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감사 표현"
남편은 두오모 광장서 쓰러진 50대 남성에 심폐소생술, 아내는 신속히 신고
주한 伊 대사 감사 인사 전하자 "한국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감사 표현"
[파이낸셜뉴스] “해외에서 공직자가 기본 역할을 수행한 사례라고 봐주세요. 특별한 용기는 아닙니다.”
신혼여행을 위해 찾은 이탈리아에서 사람의 목숨을 구하고 돌아온 ‘새신랑’ 윤제헌씨(35)의 담담한 말이다.
윤씨는 지난 11월 2일 오후 5시 30분께, 이탈리아 밀라노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두오모 광장에서 신혼여행을 즐기다 바닥에 쓰러진 50대 중년 남성을 발견했다. 의식도, 호흡도 없는 남성의 주위에는 현지인과 관광객들이 둘러싸고 있었으나 다들 당황한 듯 어찌할 바를 모르는 모습이었다.
순간 윤씨는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윤씨의 망설임은 짧았다. 무엇보다 '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 윤씨는 인파를 뚫고 남성에게 다가가 곧바로 구호 조치를 시작했다. 윤씨가 아내와 주변 사람들에게 응급상황 신고를 요청하고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는 동안, 현지 경찰과 구조대가 도착했고 남성의 호흡도 돌아왔다.
타국에서 발생한 응급상황에도 윤씨가 망설임 없이 나설 수 있었던 이유는 대한민국 해양경찰 경감(간부후보 67기)이기 때문이었다. 해경 신분인 윤씨는 심폐소생술 등 인명 구호 조치를 제대로 숙지하고 있었다.
더구나 그는 현재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실 재난대응팀에서 파견 근무하며 전국 각지에서 발생하는 사고·재난 등 상황을 파악해 초동대응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누구보다 ‘초동대응’의 중요성을 잘 파악하고 있었던 셈이다. 윤씨의 아내 역시 고용노동부 공무원으로, 위급 상황에 함께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윤씨는 뉴스1에 "일단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갔다. 생체반응을 확인했는데, 호흡이 없어서 바로 2~3분간 심폐소생술을 시작했다"며 "해외 체류 중 우연히 마주한 상황에서 공무원으로서 당연한 조치를 했을 뿐이다. 대한민국 공무원 누구라도 그 상황이면 같은 행동을 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사실이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에 알려지면서 에밀리아 가토 대사가 윤씨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윤씨는 지난달 28일 오후 가족들과 함께 주한 이탈리아 대사관을 찾아 가토 대사와 만나 감사에 대한 답변으로 "이는 제 개인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한국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와 감사의 표현"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국무총리실 관계자는 "윤 경감은 24시간 운영되는 국무조정실 안전환경정책관실 재난대응팀 소속으로 주말·휴일·주야 구분 없이 업무에 투입되면서도 항상 밝고 적극적인 업무태도로 주변 동료들의 칭찬을 받아왔다"며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국민의 심부름꾼'이지만 욕을 참 많이 먹는 공무원, 그래도 그들이 있어 우리 사회는 오늘도 돌아갑니다. [고마워요, 공복]은 숨겨진 이야기들을 담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제보 기다립니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