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1일(현지시간) 시놉시스 지분 20억달러(약 2조9400억원)어치를 사들였다고 밝혔다.
시놉시스는 전 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를 설계할 때 반드시 필요한 설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곳이다.
이번 지분 투자는 엔비디아의 반도체 생태계 강화를 예고하는 것이다.
덕분에 엔비디아와 시놉시스 주가가 이날 뉴욕 증시 약세 속에서도 동반 상승했다.
생태계 강화하고 AI 반도체 설계 속도 낸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 인터뷰에서 시놉시스 지분 일부를 인수하고 협력에 나서기로 했다면서 반도체 설계라는 고도의 전문 영역이 엔비디아의 컴퓨팅 생태계 속으로 통합하는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황 CEO는 이번 지분 투자를 발판으로 “컴퓨팅 시장이 역사상 처음으로 설계와 엔지니어링의 세계로 확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시놉시스와 협력해 GPU(그래픽 반도체) 기반의 ‘가속 컴퓨팅’ 기술을 반도체 설계에 도입해 기존의 복잡하고 느렸던 ‘전자 설계 자동화(EDA)’ 과정을 혁신하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가 자사 GPU를 통해 시놉시스가 지배하는 EDA 시장에서 혁신을 일으켜 시장 규모를 키우고, 궁극적으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설계 효율성도 높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엔비디아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 지배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에 직면해 있다.
특히 알파벳 산하 구글이 현재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 AI 모델 제미나이 3.0을 발표하고, 여기에 자사가 개발한 AI 반도체인 TPU(텐서 처리 장치)가 사용됐다고 밝히면서 위협이 극대화됐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이번에 시놉시스 지분 투자와 협력으로 격차를 다시 벌릴 토대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엇갈린 전망
모건스탠리는 엔비디아 비중확대(매수)를 재확인하는 한편 목표주가를 235달러에서 25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올해 32% 상승한 주가가 앞으로 1년 동안 41% 더 오를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모건스탠리 애널리스트 조지프 무어는 분석 노트에서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경쟁 우려는 과장됐다고 단언했다.
무어는 엔비디아가 특히 차기 AI 반도체인 베라 루빈을 발판 삼아 상승 흐름을 지속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에서 유일하게 엔비디아 매도를 추천하고 있는 시포트는 고집을 꺾지 않고 있다.
시포트 애널리스트 제이 골드버그는 전날 분석 노트에서 매도 추천과 140달러 목표주가를 재확인했다.
140달러 목표주가는 엔비디아 주가가 전 거래일 종가 177달러를 기준으로 약 21%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뜻이다.
골드버그는 엔비디아의 사업이 여전히 탄탄하지만 엔비디아의 판매 메커니즘과 회계가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엔비디아가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순환매매와 유사한 투자 등 다양한 ‘판매 메커니즘’에 의존하고 있고, 회계 처리는 매우 불투명하다고 비판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현재 월스트리트의 엔비디아 담당 애널리스트 66명 가운데 59명이 매수를 추천하고 있다.
6명은 중립, 유일하게 골드버그만 매도를 추천하고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