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법 11조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
모호한 법조항에 재할당 때마다 대가산정 논란
조항 정비 서둘러야
[파이낸셜뉴스] “전파법 시행령을 볼 때 직전 할당대가만 선택적으로 반영하는 것은 정부의 재량권 남용의 소지가 있다.”
모호한 법조항에 재할당 때마다 대가산정 논란
조항 정비 서둘러야
정부가 내년 4세대(4G,LTE) 주파수를 재할당할 때 주파수 값을 직전 할당대가를 기준으로 산정하겠다는 정책기조를 밝히자 재량권 남용이라는 위법 시비가 제기됐다. 정부는 지난 2021년에도 동일한 방식으로 재할당 대가를 선정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이지만, 업계와 학계에서는 다른 의견을 내놓고 있다. 재할당 대가 논란은 지난 2021년에도 동일하게 나왔었다. 이 때문에 정부가 과거 관례만 고집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내년 LTE 주파수 재할당에서 지난 2021년과 마찬가지로 각 이동통신사업자 별로 직전에 할당받은 주파수 대가를 기준으로 할인을 적용하는 산정방식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파법 "경제적 가치를 고려해 산정"...모호한 규정
재할당 대가 논란의 핵심은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다. 현행 전파법은 주파수를 할당할 때 경쟁가격(경매)을 받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경쟁수요가 없을 경우(11조 3항) '주파수할당 대가는 주파수를 할당받아 경영하는 사업에서 예상되는 매출액, 할당대상 주파수 및 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를 고려하여 산정한다'고 돼 있다. 재할당이 이 항목에 해당된다. 이 조항을 구체화한 시행령 14조는 할당대상 주파수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가 가격경쟁주파수할당의 방식에 따라 할당된 적이 있는 경우에는 ①동일하거나 유사한 용도의 주파수에 대한 주파수할당 대가 ②할당대상 주파수의 특성 및 대역폭 ③할당대상 주파수의 이용기간ㆍ용도 및 기술방식 ④그 밖에 할당대상 주파수의 수요전망 등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항을 고려해 할당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내년 진행될 LTE 주파수 재할당은 경쟁수요가 없고 과거 경매에 의해 할당된 적이 있기 때문에 시행령 14조 조항을 따라 값을 정해야 한다.
그러나 법조항에는 해당 이동통신시의 경매 대가만 기준값으로 사용해야 한다거나 하는 구체적인 조항은 없다.
10년전 경매 가격이 기준 vs. 5년전 재할당 대가가 기준
문제는 내년 재할당될 LTE주파수의 직전 가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SK텔레콤이 재할당 받을 2.6㎓ 주파수는 지난 2016년 경매를 통해 60㎒ 폭을 10년간 이용하는 조건으로 총 1조2777억원에 낙찰받은 것이다. LG유플러스가 재할당 받을 2.6㎓ 주파수는 2013년 경매에서 40㎒ 폭을 4788억원에 8년간 쓰기로 확보하고, 2021년 재할당에서 5년 재할당 받으면서 5G 기지국 구축 요건을 충족해 27.5% 할인율을 적용받았다.
과기정통부가 밝힌 재할당 대가산정 방식대로 하면 SK텔레콤은 10년 전 경매가격이 주파수 기준값이 되고, LG유플러스는 5년 전 재할당 가격이 기준값이 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은 2.6㎓ 주파수의 기준가격을 2021년의 가격으로 동일하게 적용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10년전 경매가격 보다는 5년전 재할당 가격이 현재가치에 근접한다는 주장이다.
지난 1일 LTE 주파수 재할당 정책 공개설명회에 패널로 참석한 안정민 한림대 교수는 "재할당 대가 산정 시 '직전 할당 대가'만 고려하는 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며 "전파법 시행령을 보면 (14조)①~④호 전부를 고려하라고 나오는데, 이는 선택적으로 하나만 고르라는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같은 대역에 대해 합리적 이유 없이 차등을 주는 건 정부 재량권의 남용으로 위법 소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에도 동일한 논란
주파수 재할당 가격 산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1년 LTE 주파수 재할당 당시에도 정부는 과거 경매가를 기준으로 삼겠다고 밝혔었다. 반면 이동통신 3사는 일제히 "차라리 새로 경매하자"며 "기존 주파수의 가치가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경쟁 요인이 포함된 경매가격을 기준으로 세우는 것은 과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었다. 결국 주파수 재할당 시기 때마다 주파수의 가치 산정을 놓고 논란이 재현되는 셈이다.
이와관련 정진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문위원은 한국전파정책학회 학술대회 발표에서 "전파법 체계상 재할당 대가의 핵심은 매출 연동이며 과거 경매가격의 기계적 준용은 주파수의 실제 경제적 가치를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 전문위원은 "전파법 제11조 제3항과 시행령 제14조 제1항을 근거로 가격경쟁(경매) 없이 이뤄지는 재할당의 대가 산정에는 예상 매출액과 대역 특성·대역폭 등 주파수의 경제적 가치가 핵심 고려 요소"이며 "이는 재량 사항이 아닌 문언상 의무 고려사항으로 이를 배제하거나 형식적으로만 반영하는 것은 법령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이와관련 업계 한 전문가는 "전파법이 분명히 현재시점의 주파수 활용에 대한 가치를 산정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필요로 하는 정책목표를 반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점도 이번 재할당 대가 산정에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5G와 6G 투자 등 AI 기반 인프라 구축을 정책목표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파수 할당대가만 높이겠다는 정책은 자칫 AI네트워크 투자를 늦추는 정책이 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cafe9@fnnews.com 이구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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