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홀 뛰어들고, 계곡으로 달려가고, 심폐소생술로 살리고
소방청 "의로운 행동이 존중·장려되는 사회적 문화 확산"
소방청 "의로운 행동이 존중·장려되는 사회적 문화 확산"
[파이낸셜뉴스] 소방청은 3일 일상 속 위험을 무릅쓰고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지킨 시민 10명을 ‘2025년 119의인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2일 밝혔다.
‘119의인상’은 화재, 수난, 붕괴, 심정지 등 재난·사고 현장에서 주저하지 않고 구조에 나선 시민의 용기와 공동체 정신을 기리기 위해 매년 수여되는 상이다.
올해 수상자는 진강섭, 임지훈, 장복수, 박진주, 유준희, 김근우, 황우진, 김진석, 박현경, 김기정씨다. 모두 생명이 위협받는 긴급 상황에서 자신의 위험을 감수하며 인명 보호에 나선 공로를 인정받았다.
가장 극적인 현장 중 하나는 지난 3월 경북에서 발생했다.
진강섭씨는 지난 6월 홍천강에서 학생 4명이 급류에 휩쓸린 사고를 목격하고 즉시 강으로 뛰어들어 2명을 구조했다.
같은 달 부산 연제구에서는 폭우로 맨홀 뚜껑이 열리면서 사고가 발생했다. 임지훈씨는 추락한 여성을 발견하자 지체 없이 맨홀 속으로 들어가 구조했다. 이 과정에서 손가락 골절 부상을 입었지만 구조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계곡과 도로 붕괴 현장에서도 의로운 행동은 이어졌다. 장복수씨는 지난 8월 횡성군 계곡에서 모자(母子)가 깊은 물에 가라앉는 것을 목격하고 바로 뛰어들어 구조했다.
또 유준희씨와 박진주씨는 7월 집중호우로 지방도가 붕괴되며 토사와 함께 떠밀려 전복된 차량에서 일가족 4명을 구조해 생명을 지키는 데 기여했다.
김기정씨는 지난 7월 고양시 토당동에서 침수 중인 지하차도를 목격하고 소방 신고, 차량 진입 차단, 고립된 택시 운전자와 승객 구조까지 직접 수행하며 추가 피해를 막았다.
화재 현장에서도 시민이 초기 대응에 빛났다. 황우진씨는 지난 10월 아파트 지하주차장 화재 당시 주민들이 대피하는 혼란 속에서도 홀로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소화기로 초기 진화를 실시, 화재 확산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골든타임'을 지켜낸 시민도 있었다.
김진석씨는 지난해 치악산 비로봉 정상 인근에서 쓰러진 60대 남성을 발견하고 CPR과 자동심장충격기(AED)로 응급처치를 시행, 구조대 도착 전까지 심정지 환자의 생명줄을 붙잡았다.
박현경씨 역시 수영장에서 긴급 상황을 목격하고 즉시 CPR과 AED를 실시해 환자의 자발순환회복(ROSC)을 이끌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재난의 순간 시민의 용기는 곧 생명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힘”이라며 “의로운 행동을 사회가 기억하고 존중할 수 있도록 포상·홍보·지원 체계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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