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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단' 당하지 않고 돌아온 전공의...의정갈등 완전 해소는 아직[12·3 계엄 1주년]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5.12.02 14:28

수정 2025.12.02 14:36


12·3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대학로에서 의대생과 의료계 관계자 등이 '처단 포고령' 등 반민주적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12·3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월 12일 서울 대학로에서 의대생과 의료계 관계자 등이 '처단 포고령' 등 반민주적 조치에 강하게 반발하는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초 전 정부의 의대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 갈등은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극단까지 치달았다. 계엄 포고령에 '전공의 등 파업·현장 이탈 의료인은 48시간 내 복귀, 미복귀 시 계엄법에 따라 처단'이라는 조항이 명시되며 의료계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정권 교체로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전공의 복귀 분위기가 조성되며 사태는 일단락됐으나, 그간 공백을 메운 진료지원(PA)과의 갈등 등 해결할 문제가 산적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의료계 및 복지부에 따르면 올 하반기 기준 전체 전공의 76.2%가 복귀했다. 의대정원 증원 발표로 시작된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 및 의대생 집단이탈이 발생한지 1년 반을 훌쩍 넘겨서다.

정부는 필수의료 인력 확충과 지역의료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의료계는 수급 추계의 불투명성과 교육·수련 인프라 부족을 이유로 졸속 행정이라고 맞섰다.

갈등이 이어지던 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전 대통령은 '종북 반국가세력 척결' 등을 명분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제1호 포고령에 '전공의를 비롯해 의료현장을 이탈한 의료인은 48시간 내 복귀하지 않으면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당시 파업 상태도 아니던 전공의를 구체적으로 지목하며 처단 대상으로 명시한 계엄 포고령은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의사단체들도 대통령 하야·탄핵 촉구, 계엄 진상규명 요구 등 정치적 투쟁으로까지 입장을 확대하면서 의정갈등은 '계엄 사태'와 결합된 정치·사회 갈등으로 진화했다.

비상계엄은 단기간에 해제됐지만 '전공의 48시간 내 복귀·처단' 조항은 정부가 의료갈등을 해결책이 아닌 적대·제압 대상으로 본 상징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의료계와 정부 간 협상의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했기 때문이다. 이후 정부도 포고령 표현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수습에 나섰다.

이재명 정권이 들어서며 전공의 복귀 분위기는 확대됐다. 전공의 복귀를 유도하는 정책·협의가 진행되면서 올 하반기 전공의 7984명이 신규 선발·복귀했고, 전체 전공의 인력은 의정갈등 이전의 약 76.2% 수준까지 회복된 것으로 집계된다.

다만, 전공의 복귀에도 그간의 의료 공백이 완전히 해소되진 않았다. 전공의 공백 동안 교수들이 진료지원(PA)과 호흡을 맞추는데 익숙해진 것도 또 하나의 갈등 요소다. PA 상당수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난 동안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는데 기여했지만, 복귀가 결정된 후 부서 이동 혹은 업무 축소를 통보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 확대 불씨도 여전히 살아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일 열린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정부는 현재 정원을 그대로 둘지, 증원을 할지 판단을 유보한 상태"라며 "보건의료 인력 수급추계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산출하는 결과를 기반으로 사회적 합의를 거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역·필수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등 별도 트랙을 통한 '전문 인력 확보'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해 일정 규모 이상의 증원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 관계자는 "부분적 정상화 단계에는 진입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구조적 불균형 해소까지는 갈 길이 멀다"면서 "수도권 및 인기과 쏠림으로 지방 필수의료 체계는 오히려 악화된 면도 있다"고 말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