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조실 주재 TF 회의서
"자율규제 도입 설득 명분 없다"
"자율규제 도입 설득 명분 없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국무조정실 주재로 온라인 플랫폼 자율규제 의무화 관련 태스크포스(TF) 회의가 개최됐다. 이 자리에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네이버, 카카오, 구글, 메타 등이 참석했다. X(옛 트위터), 텔레그램도 자율규제 도입이 필요한 사정권에 들어 있지만 해당 회의엔 불참했다.
네이버, 카카오, 구글 등은 자율규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메타를 타깃으로 도입을 압박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구체적 방안으론 광고주 인증, 금융서비스 광고 사전인증(FSV) 등이 언급됐다. 금융 광고 등을 온라인 플랫폼에 실으려면 적격금융기관 자격을 얻으라는 것이다.
메타는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본적으로 유명인 사칭 광고 차단에 집중하고 있을 뿐, '아예 손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같은 해외 기업이지만 협조하고 있는 구글에 비해 한국법인 인력이나 예산 등이 부족해 추가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잠재적 광고주들이 이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절차가 까다로워지면 광고를 집행할 유인이 작아질 수밖에 없고, 이는 플랫폼 수익을 저하시킨다는 논리다. 이에 더해 법 공백 상태에선 특정 광고물이 불법 소지가 있다고 해도 플랫폼이 자체적으로 삭제했을 경우 소송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이들의 명분은 '법이 없다'는 점이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제44의 4항에는 자율규제 및 그 행동강령을 정해 '시행할 수 있다'로만 돼 있어서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이를 '시행해야 한다'로 변경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지난달 1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논의된 이후 계류돼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플랫폼 입장에선 큰 비용이 나가므로 도입을 망설이는 게 일정 부분 이해가 되나 불법 사금융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그 필요성에 이의를 제기할 순 없을 것"이라며 "법 개정이 이뤄져도 모든 플랫폼이 일률적으로 특정 기준을 따라야 하는 게 아니고 그 내용은 자체적으로 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자율규제는 의무화가 돼도 형식적으로 '강제 사항'이나 그 내용은 플랫폼이 가장 잘 파악할 수 있는 만큼 '자율적'으로 불법 금융광고에 대해 점검 및 조치를 하라는 뜻으로 구성된 개념이다. 해외에선 자발적·제재적·위임적·강제적 등으로 단계가 나뉘기도 하는데 이 기준으로 따지면 우리나라는 자발적 자율규제를 채택하고 있는 셈이다.
정보통신망법 '제44조 7항(불법정보의 유통금지 등)'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금은 해당 조문 제1항 제1~8호까지 금융투자사기 등이 기재돼 있지 않아 금융당국에선 제9호(그 밖에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 또는 방조하는 내용의 정보)가 이에 해당한다고 해석·적용하고 있다. 조항을 신설해 해당 개념을 불법정보로 명시할 경우 금융투자사기에 해당하는 광고물 등이 법적으로 차단 대상이 되므로 제재 효율성이 한층 높아진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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